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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쇄신·화합 한다더니…박대통령 ‘극보수 총리’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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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뉴스분석 끝모를 불통인사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 지명

국정원장엔 최측근 이병기

안철수 “청문회때 철저 검증”

여권서도 “나홀로 인사 재연”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새 국무총리 후보자로 문창극(66) 전 <중앙일보> 주필을 지명했다.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로는 이병기(67) 주일대사를 지명했다.

언론인 중에서도 대표적인 보수 인사를 총리로, 자신을 오래 보좌해온 최측근 인사를 국정원장으로 지명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6·4 지방선거 이후 예고한 인적 쇄신이 결국 ‘기존 방식을 고수하겠다’는 강한 선언으로 읽힌다. 특히 ‘화합’과는 거리가 먼 극보수 인사를 총리 후보자로 발탁한 것을 두고, 박 대통령이 지방선거 결과를 오판한 게 아니냐는 지적마저 제기된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인선 발표를 통해 “문 후보자는 소신있고 강직한 언론인 출신으로 냉철한 비판의식과 합리적 대안을 통해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적폐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온 분”이라며 “공직사회 개혁과 비정상의 정상화 등 국정과제들을 제대로 추진해 나갈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문 후보자가 충북 출신으로 재산도 많지 않다는 점을 보면, 지역 안배와 청문회 통과 등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와 중앙일보에서만 40년 가까이 근무한 문 후보자는 정통 언론인 출신으로는 첫 총리 후보자이기도 하다. 법조인 출신이나 관료 출신 중용에 대한 비판을 피하려는 뜻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장고 끝에 내놓은 ‘문창극 카드’는 문 후보자가 극우 성향에 가까운 보수주의자라는 점에서, 현재 박 대통령과 정부가 안고 있는 ‘소통 문제’를 오히려 더 키울 가능성이 있다. 문 후보자가 써온 칼럼들을 보면, 2009년 용산참사의 과잉진압을 주도한 김석기 당시 서울경찰청장을 강하게 옹호하는가 하면, 무상급식 문제가 쟁점이 됐을 때는 ‘무료급식은 (북한의) 배급 장면을 연상케 한다’는 주장을 펴는 등 매우 보수적인 논조를 보여왔다.

문 후보자를 잘 아는 정계의 한 원로인사는 “평안도 기독교 집안 출신이라 엄청 보수적인데, 칼럼 등 모든 글이 ‘울트라 라이트’ 몽둥이 같다”고 평가했다. 문 후보자를 잘 아는 또다른 여권 인사는 “보수 성향이 너무 강해 통합으로 갈 적임자인지 모르겠다. 친화력도 좋지 않아 야권의 공격을 받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책임총리 역할을 맡기에 걸맞은 분인지, 소통과 통합이라는 차원에서 과연 충분한 자격을 가지고 있는 분인지 많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청문회 때 여러 가지로 가지고 있는 생각들에 대해 다시 한번 물어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자가 공직사회를 개혁하고 국가운영의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일고 있다. 이념적 성향에서 박 대통령과 ‘코드’가 맞을 뿐, 결국 대통령 지시를 수행하는 수준의 ‘받아쓰기 총리’를 뛰어넘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공식적으로 “국가 대개조를 수행할 적임자”(박대출 대변인)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지만, 내부적으론 박 대통령의 ‘나홀로 인사’가 재연됐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한 여권 인사는 “지방선거 전 안대희 후보자를 지명할 때보다 후퇴했다. 지방선거 결과를 잘못 해석했다. 눈을 돌려 인재풀을 넓힐 생각을 하지 않고 까다로운 청문회 검증 탓만 하며 쉬운 선택을 했다”고 비판했다. 한 새누리당 인사는 “누구도 예측 못한 ‘충격과 공포’ 인사가 아니냐”고 혹평했다.

글 석진환 기자, 사진 김성광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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