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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문창극, 박근혜 당선되자 “신의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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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문 총리후보 문제적 칼럼 상당수

용산참사때 과잉진압 책임론 일자 ‘김석기를 살려야’

이명박·박근혜엔 애정 표출…이건희 회장 띄우기도

병석의 김대중·노무현 서거에 폄훼 내용 두드러져


10일 지명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는 <중앙일보> 주필과 대기자 시절 쓴 기명칼럼들을 통해 보수편향적 색채를 강하게 드러낸다. 복지정책에 대한 극단적 거부감,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폄훼가 두드러졌다.

그는 2009년 2월 용산참사 당시 과잉진압을 주도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김석기를 살려야 한다’는 칼럼으로 옹호했다. 칼럼에서 그는 “경찰청장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두고두고 이 나라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앞으로 경찰청장의 목은 데모대가 쥐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주민과 경찰 6명이 숨진 참사임에도 그는 “우리의 원칙은 무엇인가. 법을 존중하는 것이다. (중략) 물론 저항이 따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의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보단 ‘법대로’를 외치는 우파 보수의 시각만을 대변한 것이다.

무상급식 등 복지정책에 대해서도 노골적인 거부감을 보였다. 2010년 3월 ‘공짜 점심은 싫다’는 칼럼에서 그는 무상급식을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고 싶다”며 “심하게 비유하자면 우리 아이들이 공짜 점심을 먹기 위해 식판을 들고 줄을 서 있는 것과, 식량 배급을 타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북한 주민이 그 내용 면에서는 다르지 않을 수 있다”고 비유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폄훼도 입길에 오른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병세가 위중하던 2009년 8월 초 ‘마지막 남은 일’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김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비자금 조성과 재산 해외도피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고 비자금 의혹을 꺼내며 “나라의 명예를 위해서도 더 이상 불행한 대통령은 없어야 한다. 그렇다고 이런 제기된 의혹들을 그대로 덮어 두기로 할 것인가. 바로 이 점이 안타까운 것이다”라고 썼다. 당시 김 전 대통령 쪽 최경환 비서관은 “비자금 의혹은 사실무근으로 확인됐다. 병석에 계신 전직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행위”라고 비판한 반론보도문을 <중앙일보>에 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에는 “세계 최대의 자살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이 나라에서 대통령을 지낸 사람까지 이런 식으로 생을 마감한다면 그 영향이 어떻겠는가”(2009년 5월 ‘공인의 죽음’)라고 썼다.

반면 삼성에 대해서는 ‘애정’을 보였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가 결정된 2011년 7월 그는 ‘이건희 회장의 눈물’이란 칼럼에서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장면은 삼성 이건희 회장이 울먹이고 있는 모습이었다”며 “기업인들의 수고를 가벼이 보아서는 안 된다”고 이 회장을 치켜세웠다.

그의 칼럼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묘하게 달라진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11년 4월 이 대통령의 레임덕을 다룬 ‘박근혜 현상’이란 칼럼에선 “그녀는 자기 주장을 논리적으로 자세히 설명하지도,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하지도 않는다. 그저 몇 마디 하면 주변의 참모가 이를 해석하고, 언론은 그것을 대서특필한다. 휘장 안에 있는 그녀가 신비하기 때문일까?”라며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박 대통령의 행태를 꼬집어 비판했다.

그러나 대선 직후인 이듬해 12월25일 ‘하늘의 평화’라는 칼럼에서 박 대통령의 당선을 ‘신의 축복’에 비유했다. “(대선이) 반대의 결과가 되었을 때 지금 이 나라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역사의 신은 늘 우리 일에 개입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베일 뒤에서 지켜보고 있기만 한다. (중략) 동화에서 수호천사가 갑자기 나타나 위기에 처한 주인공을 구해 주듯이 말이다. 우리 역사의 중요한 고비마다 대한민국을 지켜 주었던 그가 나타난 것은 아닐까?”라며 박 대통령의 당선을 극찬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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