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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光州는 정권교체 위해 새정치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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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현 光州시장 당선자]

'安사람'이라는 건 적절치 않아, 새정치와 동행할 뿐… 安대표 정치 체력 더 키워야

市政 시민단체에 안 휘둘리게 권력부패 견제장치 만들 것

인수委에 상대 후보 인사 영입… 강운태 前후보에 조언 구할 것

윤장현 광주(光州)시장 당선자의 얼굴은 까맣게 타 있었다. 9일 오전, 최근까지 일했던 병원이 있는 광주시 동구 중앙로의 한 건물에서 윤 당선자를 만났다. 그는 자신의 당선에 대해 "광주는 언제나 전략적 선택을 해왔다"며 "이번에도 새로운 변화에 힘을 실어줘야만 정권 교체의 희망이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있었다. 새 사람을 통해 새 시대를 열겠다는 뜻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를 공격하고 상처를 주는 일이 쉽지 않았다"며 "그래서 후보 간 TV 토론을 할 때 힘들었다. 경험이 없던 대중 연설도 어려웠다"고 했다.

―왜 광주가 윤 당선자를 선택했다고 보나.

"(웃음) 제가 시민들에게 되묻고 싶다. 강 시장은 지난 4년의 시정을 평가받는 입장이었다면, 저는 새로운 정치인이었다. 그간의 민주화·시민운동을 했던 궤적에 대해 인정해줬던 것 같다. 지방자치 20년 동안 선택한 정치인·관료 출신 대신 첫 시민 출신 시장을 택한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세월호 심판론'을 내세운 지방선거를 평가해달라.

"옛 민주당 당시의 지지율을 생각해보면, 새 정치를 접목했기 때문에 그나마 광역단체장 17곳에서 9대 8(새정치연합 대 새누리당)이란 결과를 얻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이제는 야당이 집권 여당에 책임을 지라는 식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비판만 하는 방식을 뛰어넘어야 하지 않을까. 대안 정당이 되려면, 절반의 책임을 같이 져야 한다."

조선일보

윤장현 광주광역시장 당선자가 9일 광주 동구의 한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 당선자는“새정치민주연합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도 절반의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국민 앞에 더 겸허하게 말했다면 (선거 결과가) 어땠을까 생각해본다”며“더 민생으로 다가서서 진정성과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근 기자


―광주에서 첫 새누리당 구의원(광산구)이 나왔다.

"호남 전략적 선택의 진화다. 광주가 달라지고 있다는 상징성이 크다. 그러면서도 아쉬운 건 현 집권 세력이 호남에 진정성을 갖고 있느냐는 것이다. 지역 불균형이나 인사 문제 등 상처를 주지 않고 있는지 돌아보길 바란다. 호남이 아파하지 않을 때, 그때에 한국 정치가 해야 할 몫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광주는 과거처럼 '민주 대 반민주' 구도의 편협한 상태가 아니다. 이정현 홍보수석이 지난 총선 때 얻었던 40%에 이르는 지지율이 그 신호 아니겠나. 광주는 응답할 준비가 돼 있다."

―인터뷰하러 오는 길에 만난 택시 기사가 '호남 정치에는 견제 세력이 없다'며 걱정하더라.

"(새정치연합) 일색이다. 저는 의회를 존중하겠다. 지금까지 행태는 의회를 중히 여기지 않고 관리하는 측면이 없지 않았는데, 언로를 트겠다. 또 제가 시민사회 출신이라고 해서 그쪽 분들을 정치 세력화하지 않을 것이다. '시민피아(시민사회+마피아)'가 되면 안 된다. 광주가 현실적·시스템적으로 견제 장치가 없는 게 사실이다. 스스로 더 기득권을 내려놓고 투명성을 확보하겠다. 정치권에 들어오기 전에 저는 옛 민주당이 아닌 다른 당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유는 일당 지배 구조가 가질 수 있는 절대 권력의 부패를 걱정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스스로를 철저히 점검하면서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

의사(醫師)로 살면서 지역에서 시민·사회운동을 해온 윤 당선자는 지난해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에 합류해 현실 정치에 뛰어들었다. 옛 민주당과 통합한 후에는 전략 공천 논란의 당사자가 됐다. 안 대표와 맺은 관계에 대해 물었다.

―여전히 '안철수의 사람'이라고 하는데, 전략 공천 이후 안 대표가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안 대표가 처음 새 정치를 함께하자고 청했을 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러겠다'고 했다. 그 이후 단 한 번도 안 대표에게 '나 어떻게 해줄 거냐, 언제 시장 후보 결정해줄 거냐'는 얘기 나눠본 적이 없다. 지난 6개월간 통화한 것도 10번이 안 된다. 하지만 이번 전략 공천은 안 대표의 판단이 결정적이었다. 다만 안 대표를 돕는 길은 광주에서 시민이 만족하는 '안철수와 함께하는 새 정치다운' 행정을 하는 것이다."

―선거운동 때 '정권 교체를 위해 선택해달라'고 호소했다. 안 대표를 염두에 두고 한 건가.

"당내 정권 교체를 준비하는 잠재적 후보 전체를 두고 말한 것이다. 아무래도 안 대표가 가지고 있던 새 정치에 대한 비전이나 가치가 정치 역학적인 관계에 휩쓸려버리지 않길 바라는 마음은 있다. 안 대표가 권력 지향적이라기보다는 가치 지향적이라는 믿음이 있다. 아프면 아픈 만큼 성숙하는 모습으로 잘 숙련돼서 정치 체력을 키우기 바란다."

―이번 선거에 당 차원에서 총력을 다했다. 그래서 경기·인천 등 수도권 선거에서 졌다는 비판도 있다.

"당이 호남의 심장을 잃었을 때의 정치적 부담을 심각하게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일각에서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 같다. 그만큼 더 무거운 책임과 소명감을 갖겠다. (공천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직전 시장인 강운태 후보의 인지도가 매우 높았기 때문에 여론조사에서 많이 밀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선거 4~5일 전부터 시민들이 손을 흔들어주더라. 저와 새 정치에 대한 가능성을 믿어준 것 같다."

―강운태·이용섭 후보와는 만났나.

"강 후보는 직접 만나 예산 집행 등 시정의 중단 없는 협력을 부탁했다. 이 후보는 따로 만나서 얘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통화를 했다. 열심히 하라더라. 앞으로도 정책 등에서 조언을 구할 일이 있다면 그분들과 함께할 것이고, 시장직인수위원회에서도 상대 후보 측 인사들을 영입해 함께하기로 했다."

―당이 전략 공천 당시 '광주의 박원순'이란 타이틀을 내걸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프로 전업(專業) 운동가인 반면, 저는 안과 의사를 하면서 자원봉사를 해왔다. 박 시장이 가지고 있는 현장성과 운동의 전문성을 존중한다. 다만 분명한 건 '개인 박원순'이 아니라 그의 스타일의 행정을 유의미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 프로젝트 등을 본보기로 생각하긴 하지만, 광주만의 것을 고민하고 있다."

―지난 3월 옛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이 통합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선거) 결과로 보면 잘된 일이다. 하지만 선거만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새정치연합이 얼마나 치열하게 민생 문제를 고민하는지, 우리(안철수 세력)가 추구하고자 했던 새 정치 가치의 씨앗이 잘 뿌려졌는지 생각해보면 아쉬움은 여전히 있다. 선거를 앞둔 과정에서 재창당 수준으로 가버렸기 때문에 선거에 휩쓸려 간 측면이 없지 않다."

[광주=김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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