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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정몽준 민심·당심 압승…金 '굿바이히트'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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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 한계 극복…본선 결과 따라 정치항로 갈림길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새누리당의 비박(비박근혜)계인 정몽준 의원이 12일 민심은 물론 당심에서도 '친박 성향' 후보들을 압도하며 6·4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됐다.

정 의원은 이날 서울 송파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경선에서 국민참여선거인단의 현장투표 총 3천598표 가운데 73.8%(2천657표), 여론조사 60.2%를 각각 얻어 합산 득표율 71.1%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여론조사에서 크게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는 했지만 친박 주류 측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큰 표차로 제치고 예상 밖의 큰 표차로 완승을 거둔 것이다.

당내에선 정 의원이 그동안 서울지역 당협위원장들을 꾸준히 접촉하며 스킨십을 늘려 온 게 당심에서도 앞서는 결과를 낳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 현대중공업이라는 대기업의 최대 주주이자 용산개발과 뉴타운 사업 재추진과 같은 개발 공약을 적극적으로 제시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 의원은 지난 2007년 제17대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 전격 입당한 뒤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내리 5선을 한 울산을 떠나 서울 동작을로 지역을 옮겨 '서울 재선'에 성공했다.

특히 새누리당 입당 6년 만에 차기 대권의 '교두보'로 통하는 서울시장 후보자리에까지 올랐다.

지난 2008년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당시 2위를 차지한 데 이어 2009년에는 대표직을 승계하며 당의 중심에 섰음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독자세력을 형성하지 못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승리로 비주류의 한계를 딛고 일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정 의원은 당내 양대 세력인 지금의 친박(친박근혜) 주류는 물론 친이(친이명박) 구주류에도 끼지 못하고 그 틈바구니 속에서 입지가 약했던 게 사실이다.

잠재적 대권 주자로 분류되면서 주류의 견제를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정치적 현실이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정 의원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서울시장 출마에 부정적이었지만 당 일각서 서울을 탈환해야 한다며 출마를 압박한데다 차기 대권 행보에서 서울시장이 갖는 상징성이 적지 않다는 자체 판단에 따라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문제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박원순 시장과 본선 대결이다.

정 의원이 승리해 서울시장이 되면 누가 뭐래도 여권의 강력한 주자로 부상하게 될 전망이다. 앞서 같은 현대 출신의 이명박 전 대통령도 서울시장을 거쳐 청와대로 직행했다.

그러나 본선 진출을 위해 의원직까지 내려놓은 상황에서 패배할 경우 '정계 은퇴'가 거론될 정도로 7선 정치 역정에서 최대 시련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월호 참사 여파가 여권에 악재로 작용하는 가운데 본선 구도마저 '재벌 대 서민'으로 형성될 경우 정 의원은 힘겨운 승부를 펼쳐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김 전 총리는 지난 3월14일 미국에서 귀국해 "역전 굿바이 히트를 치겠다"며 경선에 도전했지만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40여년의 풍부한 공직 경험과 호남 출신이라는 배경이 표의 확장성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으나 현실 정치의 벽은 이보다 훨씬 높았다.

특히 당내 조직이나 인지도에서 떨어지는 김 전 총리는 출마 선언도 늦은데다 경선 과정에서 '컷오프' 규정에 불만을 품고 칩거에 들어가고,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 의중) 마케팅에 지나치게 의존한 것이 패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이번 경선을 계기로 일단 정치권에 발을 내디딘 만큼 앞으로 지방선거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재·보궐선거에 출마해 재기를 도모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재선 의원을 지낸 이혜훈 최고위원은 인지도나 경력 면에서의 열세를 딛고 여성 경제전문가라는 장점을 앞세우며 완주해 주목을 받았다.

비록 이번 경선에서는 3위에 그쳤지만 앞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중용돼 전문성을 살리거나 역시 재·보선을 통해 여의도에 재입성할 것이라는 얘기가 돈다.

aayy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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