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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유세차 안보여" 선거특수 실종…제철맞은 서해안 횟집도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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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 경기 후폭풍 / 6ㆍ4선거 앞두고 지방경기 급랭 ◆

매일경제

썰렁한 여객선 터미널
세월호 참사 이후 `선거특수`가 실종되고 국제행사까지 취소돼 지방 경기가 얼어붙었다. 관광객으로 붐비던 포항 여객선터미널도 지난 9일 썰렁한 모습이었다. [포항 = 우성덕 기자]


"4년 전 지방선거 때는 유세차량 100여 대가 선거 한 달 전에 90% 넘게 계약됐지만 올해는 아직 절반도 못 채웠어요."

11일 만난 대구의 한 유세차량 제작업체 직원의 하소연이다. 대구와 경북 지역 후보자들에게 유세차량을 대여하는 이 업체는 후보등록 마감일인 15일까지 수주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세월호 시국에 영업이 올스톱 상태다.

세월호 사고 후 한 달 가까이 애도 국면이 이어지면서 지방 경기가 얼어붙고 있다. 특히 4년 만에 돌아온 '선거 특수'도 실종됐다. 대구와 경북 일부 지역에서는 후보자 간에 로고송과 율동이 없는 조용한 선거를 치르기로 합의해 선거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구의 또 다른 유세차량 제작업체는 "후보 등록을 앞둔 요즘이 제일 바빠야 할 시기지만 올해는 주문이 아예 없다"며 "10대 정도 구두 계약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LED 전광판 업체, 음향기기 업체 등 유세차량 지원 기기를 생산하는 업체들도 덩달아 한파를 겪고 있다.

대형 식당과 전세버스 업체 등 6월 지방선거 대목을 노리던 일부 업종은 애도 국면에 오히려 평년보다 매출이 줄었다. 정부와 지자체가 비용을 보전해주는 지방선거 법정비용은 대략 5000억원, 비공식 비용까지 포함하면 최대 5조원으로 예상됐지만 현재와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경우엔 선거비 지출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미디어 선거가 대세인 수도권과 달리 지방에선 여전히 조직 선거가 주류라는 점에서 선거 특수 실종으로 인한 타격은 지방이 훨씬 더 클 전망이다. 경북의 한 군수 후보 캠프 관계자는 "지방선거는 자원봉사자들을 동원해 바람몰이를 하는 데 돈이 많이 쓰인다"며 "조용한 선거 약속이 지켜진다면 비공식 비용이 어느 때보다 적게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행사도 타격을 받고있다. 부산시는 다음달 11~13일 벡스코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크루즈 컨벤션 코리아 2014'를 내년으로 미루기로 했다. 부산시와 부산항만공사가 행사 유치에 2년간 공들여 당초 세계 주요 크루즈선사와 여행사, 기항지 관계자 등 총 30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부산시 관계자는 "세월호 애도 분위기와 맞지 않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부산문화재단도 지난 2~4일 열기로 했던 '2014 조선통신사 축제'를 취소했다. 4억9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한 이 축제는 일본인 200명을 포함해 한ㆍ일 관계자 17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바다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해양레포츠산업은 존폐 위기에 몰렸다. 초여름 날씨처럼 더워진 지난주 말에도 부산 서구 송도해양레포츠센터는 찾는 발길이 뚝 끊겼다. 백사장 천막에는 카약과 구명조끼들이 먼지를 쓴 채 쌓여 있었다. 4월부터 무료로 카약 체험 행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모든 행사가 취소돼 쓸 일이 없게 된 것.

세월호 사고 이후 지금까지 취소된 체험 행사만 20여 건에 달한다. 센터 위탁을 맡고 있는 한국해양소년단연맹의 권순선 주임은 "이달뿐 아니라 7~8월 성수기까지 모든 행사가 취소됐다"며 한숨을 지었다. 권 주임은 "카약과 딩기요트, 카이트보딩 등 센터에서 주관하는 해양레포츠 체험은 철저하게 안전교육을 하고 안전요원이 곁에서 지켜보기 때문에 안전하다"며 "바다를 업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도 이제는 좀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서해안 일대 상인들은 "2007년 기름 유출 사고 이후 최악의 불경기"라고 호소한다. 특히 꽃게, 주꾸미, 실치 등 제철을 맞은 수산물 소비가 급감한 게 결정적 타격이다. 서해안 일대는 4~5월 수산물 축제가 이어지면서 연중 가장 많은 행락객을 불러모았지만 올해는 축제가 줄줄이 취소돼 대목이 송두리째 사라졌다.

태안에선 당초 이달로 예정됐던 몽산포항 주꾸미축제와 신진도항 꽃게축제가 모두 취소됐다. 이런 분위기는 이달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서천군 마량포구 일대에서 17~30일 개최될 예정이던 광어ㆍ도미축제와 24일부터 개최하기로 한 장항항 수산물 꼴갑축제도 전면 취소됐다. 태안군 관계자는 "주말 평균 3000여 명이 찾는 서해안 관광객은 세월호 참사 초기에 절반 이상 줄었고, 5월 들어 조금 회복했지만 예년에 비하면 여전히 30% 이상 줄어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전 = 조한필 기자 / 부산 = 박동민 기자 / 대구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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