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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첫 여성 원내대표 박영선 ‘선명한 야당’ 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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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결선서 노영민 제치고 당선

달라진 새정치연합 예고

“이달에 세월호 국회 열것

국정원 증거조작 국감도 관철”


헌정 사상 첫 여성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탄생했다.

8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경선에서 ‘당당한 야당, 존재감 있는 야당’을 기치로 내건 박영선(54) 의원이 큰 표차를 기록하며 승리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경선에서 결선투표까지 가는 경합 끝에 전체 참여자 128명 중 과반수인 69표를 얻어, 59표를 얻은 노영민 의원을 제쳤다.

박 의원의 승리는 새정치연합이 제1야당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강한 원내 리더에 대한 당내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의원이 평소 야당의 개혁·선명성을 강조해왔고 지지 기반 또한 같은 성향의 당내 초·재선 그룹인 만큼 ‘박영선 체제’의 새정치연합은 여당과의 협력을 강조해왔던 ‘전병헌 체제’ 때와는 뚜렷하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정견발표에서 “정부·여당이 바른길로 가면 협조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국민을 대신해 단호하게 견제하고 감시할 것”이라며 “지금 국민은 국민을 책임지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맞서는 당당한 야당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벌써부터 ‘박근혜-박영선’의 여성 지도자 대립 구도를 기대하기도 한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당선 뒤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국회가 세월호 대책을 만드는 ‘세월호 국회’가 돼야 한다. 비상시국이니 바로 5월 국회를 열어야 한다”며 “세월호 진상 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위한 신속한 여야 원내대표 협상을 5월 국회에서 하자고 제의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번 특별법은 진상 조사를 위한, 피해자를 위한, 재발 방지를 위한 법안이 될 것”이라며 “세월호 국정조사 내실화를 위해 정부가 자료를 내지 않을 경우 단호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조항을 특별법에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박 원내대표는 “미국에서 9·11 테러 이후 ‘돈 포겟(Don’t Forget) 펀드’를 만들었다. 한국식 이름으로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펀드’를 새정치연합이 이끄는 구상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박 원내대표는 “국가정보원 간첩 조작 사건에 대해서는 반드시 특검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차별화’를 예고했다. 그는 이밖에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직속 통일준비위원회에 버금가는 새정치연합 차원의 통일위원회를 신설하겠다는 뜻과 경제적 약자들을 지원하는 ‘을지로위원회’를 확대 개편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당내 한 소장파 의원은 “박 의원이 의정 활동을 통해 재벌·경제민주화 문제, 검찰의 권력 남용 문제 등에 대해 파고들며 싸워왔다”며 “새정치연합이 그동안 선명성도, 전투력도 없는 야당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박 의원이 원내대표가 됨으로써 국민들의 기대를 끌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했다. 6월 지방선거도 검토 요인이 된 듯하다. 한 초선 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선명성, 대중성 있는 인물을 선택해야 한다고 당내에 공감대가 형성된 듯하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후보연설에서 “저 박영선, 강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제가 그렇게 센 여자가 아닙니다”라면서 부드러움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결선투표에 함께 오른 노영민 의원은 ‘친노계’의 지원을, 1차에서 탈락한 이종걸 의원은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를 비롯한 신주류의 지지를 받아 원내대표에 출마했으며, 최재성 의원은 정세균 의원 쪽의 지지를 받았다. 박 의원은 1차 투표에서 개혁 성향이 강한 초·재선 의원들의 적극적인 지지에 힘입어 가장 많은 52표를 받았다. 그 뒤를 노영민 의원(28표), 최재성 의원(27표), 이종걸 의원(21표)이 이었다. 박 의원은 2차 투표에서 김한길·안철수 지도부의 지지를 받은 이종걸 의원 쪽의 표를 흡수한 것으로 분석됐다. 박 의원은 지도부와의 관계에 대해 “당 대표는 당 살림을 사는 분이고, 원내대표는 국회에서의 대여 관계 전략을 짜는 게 주 업무이니 역할이 겹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당 대표가 못하는 걸 원내대표가 싸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경남 창녕 출신으로 3선인 박 원내대표는 <문화방송>(MBC) 기자를 거쳐 2004년 제17대 국회에서 비례대표로 정치에 입문한 뒤 18·19대 총선 때 서울 구로을에서 내리 당선됐다. 당 대변인, 정책위의장, 최고위원 등 요직을 거쳤고, 19대 국회 전반기에는 첫 여성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역임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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