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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광역버스 立席 질주' 아무 대책도 못 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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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추가 투입 공염불 그쳐

'80㎞ 이하 운행' 지시가 전부… 최소 한달은 그대로 달릴 듯

노선 편성·增車 놓고 서울시·경기도 입장차 커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로 사회 곳곳의 안전 불감증이 화두로 떠올랐지만, 광역버스를 타는 승객의 안전은 또다시 뒤로 밀렸다. 서울 등 수도권을 오가는 일반 광역버스가 불법으로 입석 승객을 잔뜩 태운 채 고속도로를 내달려 위험하다는 지적(본지 4월 24일자 A1·A11면)에, 정부는 광역버스 증차 방안 등 입석 승객 해소 대책안을 2일 내놓겠다고 예고했지만 불발에 그쳤다. 입석 승객들이 광역버스에 위태롭게 서서 출퇴근하는 상황이 최소한 한 달 이상 이어질 전망이다.

◇지자체 이견 크고, 정부는 조정 못 하고

국토교통부는 광역버스 입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경기도·인천시와 수차례 회의를 열어 버스 추가 투입 등을 논의했지만, 지자체 간 이견을 조율하는 데 실패해 최종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고 2일 밝혔다. 맹성규 국토부 종합교통정책관은 "국토부가 직접 주관해 수도권 진입 노선별로 구체적인 이용 수요를 분석하고, 추가 노선 지정이나 증차 대수를 조속히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대책을 내놓지 못한 것은 서울시와 경기도의 입장 차가 워낙 큰 데다가, 정부가 이를 조정하는 데 실패한 탓이다. 경기도는 "기존 노선을 활용해 서울 도심까지 운행하는 버스를 추가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서울시는 "도심 교통난이 가중된다"며 이에 끝까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버스를 늘리더라도 비교적 외곽 지역인 사당·양재 등까지만 들어오도록 허용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버스 숫자를 늘리면 운송 비용이 늘어나 승객들의 운임 인상 필요성도 다시 불거지고, 버스 업체들은 입석 승객을 태우지 못한 만큼 이익이 줄까 우려한다"며 "관련 지자체들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승객 불편 등으로 표가 떨어질까 봐 눈치를 보는 바람에 뾰족한 대책이 나오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시한폭탄'는 버스 한 달 넘게 계속 달릴 듯

이번에 대책이 나오지 못하는 바람에 승객들은 '시한폭탄'으로까지 불리는 광역버스를 선 채로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출퇴근해야 하는 상황도 계속 된다. 박상열 국토부 대중교통과장은 "앞으로 정부가 직접 주관해 노선별 이용 수요를 파악하고, 이와 동시에 서울시·경기도 등 지자체에 추가로 재논의 시간을 줄 예정"이라며 "만약 지자체 간 합의가 되지 못하면 국토부 '여객자동차운송사업 조정위원회'를 통해 강제로 버스 숫자나 노선을 늘리는 방법을 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도권 광역버스 노선이 많아 노선별 이용 수요를 파악하는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국토부 설명이다. 또 수요를 파악해 증차가 최종 결정되더라도, 차량 내 버스카드 단말기를 설치하는 데 최소 5~6주가 더 걸릴 전망이다.

국토부는 증차가 되기 전까지는 입석 승객을 태운 광역버스를 단속하기도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버스업체 등에 입석 승객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달릴 땐 시속 80㎞ 이하로 안전 운행하라는 구두 지시는 내렸다"고 했다.

[김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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