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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대통령의 사과 ‘진정성 논란’… 불신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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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도 시기도 모두 부적절” 희생자 유족에 거부 당해

시민사회·야당 “사과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13일 만인 지난 29일 국무회의에서 한 대국민 사과에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반응이 싸늘하다. 사과 형식과 시기 등에서 적절하지 못했다는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희생자 유가족들도 “사과가 아니다”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대표는 30일 “그야말로 엎드려 절 받기였다”며 “대통령의 사과는 유가족과 국민들에게 분노를 더했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마지못해 하는 대통령의 사과는 사고를 당한 가족들의 가슴에 또 하나 멍울을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김재연 대변인은 “말뿐인 사과는 필요 없다. 무능한 정부는 즉각 총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제민주화실천연합은 “진정성과 이 사태를 수습하려는 태도가 보이지 않았다”며 “대국민 담화를 해도 모자랄 사안에 대해 국무회의에서 여론에 떠밀려 억지로 사과한 행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대통령이 사과문에서 ‘적폐’라는 표현을 강조한 것은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책임을 과거 정부에 떠넘기려는 의도가 짙었다고 했다. 조합은 성명서에서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청와대의 입만 바라보는 권위적 시스템을 만드는 등 ‘적폐’를 쌓아온 것은 대통령 자신인데 오히려 전체 공직사회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해법으로 제시한 가칭 ‘국가안전처’ 신설에 대해서도 회의적 의견이 많다. 참여연대는 “일례로 원자력발전소를 계속 건설하거나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는 등 정책의 변화 없이 국가안전처를 둔다고 대형재난으로부터 시민안전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며 “대통령은 국가개조를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국가정책의 우선순위에 대한 성찰은 없다”고 밝혔다.

지식인들도 ‘사과 아닌 사과’를 비판했다. 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는 “대통령의 사과는 이번 사고에서 정부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떤 책임을 지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전혀 없었다”며 “그저 애석한 마음을 국무위원들 앞에서 전하는 것으로는 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 비판, 불신을 더 키울 뿐”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참사 규모로 봤을 때 당연히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어서 사과를 해야 했다”고 했다.

대다수 일반 시민들도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 중학교 1학년 아들을 둔 주부 김명림씨(40)는 “정말 사과를 할 생각이었다면 국무위원들이 아닌 국민들과 유가족들 앞에서 했어야 했다”며 “말하는 태도에서도 사과하려는 마음의 진정성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지윤씨(24·서강대 중문과 4학년)는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때도 항상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대통령인데, 자신은 책임이 없는 것처럼 행동해왔고 이번 사고에서도 마찬가지였다”며 “사과할 때 정부가 무엇을 잘못했고, 반성했는지 등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그저 떠밀려 사과하는 것으로만 보였다”고 말했다.

앞서 유가족 대책위는 지난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은 분향소에도 그냥 광고 찍으러 온 것 같았다”며 “진정한 대통령의 모습이 아니다. 실천과 실행도 없는 사과는 사과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순봉·구교형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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