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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무인기 군사밀집지역 따라 비행”…군, 북 소행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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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합동조사단 중간조사 결과 발표

경기도 파주 등에서 추락한 채 발견된 소형 무인기에서 근거리용 송신기 칩의 제조사 이름과 모델번호가 지워져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이 해당 주파수 대역을 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은폐한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국방부는 11일 파주와 인천시 백령도, 강원도 삼척에서 발견된 3대의 소형 무인기에 대한 중앙합동조사단의 중간조사 결과 “북한의 소행이 확실시되는 정황근거가 다수 식별됐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그 근거로 송신기 칩 모델번호 삭제 외에 △무인기의 비행경로가 군사시설 밀집지역이고 △형태 제원 등이 국내에서 쓰이지 않으며 △항속거리가 180~300㎞로 중국이나 일본 등 주변국에서 오기 어렵고 △무인기에서 채취된 지문 6점이 국내 등록되지 않은 지문이라는 점 등을 들었다.

무인기 칩 모델번호 고의 삭제 등
‘북한제’ 정황 근거 내놨지만
직접적인 증거는 제시 못해

삼성 제품 등 6개국 부품 사용
“청와대 사진 5장 모두 전송은 안돼”


그렇지만 직접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이번 조사를 담당한 김종성 국방과학연구소 무인기체계개발단장은 “비행경로를 명령하는 데이터가 입력된 메모리를 분석해야 한다. 2주에서 한 달 정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 무인기에는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 체코, 스위스 등 6개 나라의 부품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회사의 제품으로는 삼성전자의 4메가 디램과 ‘하이텍알씨디’의 서보모터가 쓰였다. 군 당국자는 “무인기에 장착된 엔진이나 인공위성위치정보(GPS) 수신기, 자이로센서, 카메라 등은 대체로 시중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이들 무인기가 찍은 사진에는 청와대 사진이 5장 포함됐다. 그러나 조사팀은 이들 사진이 북한으로 전송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무인기에 저출력 아날로그 영상 송신기가 장착돼 있지만 이는 무인기를 날린 뒤 기능이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영상을 지상에 보내는 장치로 송신 거리는 수킬로미터 이내”라고 말했다.

조사팀은 이번 무인기 기술 수준이 남쪽의 2000년대 초반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김종성 단장은 “국내 대학원생들이 2008년 소형 무인기를 만들어 경북 울진에서 독도까지 왕복 운항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백령도 무인기가 파주·삼척 무인기보다 기술적으로 앞선 것으로 평가됐다. 김 단장은 “중앙제어장치(CPU) 등 부품이 더 신형이고 비행자세 제어에도 자이로센서와 함께 기술적으로 개선된 가속도 센서가 쓰여 더 정밀한 제어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무인기 제작 비용은 2000만~4000만원으로 추정됐다.

카메라 촬영 시간을 분석한 결과, 파주 무인기는 지난달 24일 오전 10시3분 파주시청 주변에서 촬영을 시작했다. 동남쪽으로 비행한 무인기는 10시16분 서울시청 상공에 도착한 뒤 유턴해 북서쪽으로 되돌아가다 10시28분께 마지막 사진을 찍고 2분쯤 뒤 파주 야산에 추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백령도 무인기는 지난달 31일 오후 2시2분부터 소청도, 대청도를 차례로 에스(S)자 형태로 비행하다 4시께 백령도에서 추락했다.

파주·삼척 무인기에는 메틸알코올과 윤활유를 혼합한 연료를 사용하는 2행정 글로 엔진이, 백령도 무인기에는 가솔린을 사용하는 4행정 엔진이 탑재돼 있었다. 글로 엔진은 그을음이 많은데 파주·삼척 무인기가 비교적 깨끗하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팀은 “최근 글로 연료도 개량되어 그을음이 줄었다고 한다. 성분 분석 결과가 나오면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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