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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추락 무인기 ‘시험용’인 듯…‘공격용’은 기체 커 탐지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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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얼마나 위협적인가

탑재 가능 폭약 1kg 정도

공격용은 무기 무게탓 기체 커져

항공사진 촬영 궁극 목표 아닌듯

소형무인기 대책으로 떠오른

‘저고도 레이더망’ 탐지기능 떨어져

군 ‘작은 위협’ 대비 새 대응책 짜야


지난해 11월1일 파키스탄 북와지리스탄의 한 주택에 미사일이 여러 발 날아들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주도한 이 공격으로 탈레반 지도자 하키물라 마흐수드가 숨졌다. 탈레반은 미국에 대한 복수를 다짐했고, 파키스탄 정부도 평화협상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며 미국을 비난했다.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중앙정보국의 무인기(드론)였다. 2004년 이후 미국은 무인기로 탈레반 은둔지인 파키스탄 북서부 수백곳을 공습했다.

최근 발견된 북한 추정 소형 무인기는 이런 ‘심리적’ 위협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무인기에 폭발물이나 생화학무기 등을 탑재해 주요시설 상공에서 터뜨린다는 상상은 그 자체로 끔찍하다. 다만, 이런 우려가 현실화될지는 또다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 무인기로 선전포고를? 만약 북한이 서울 상공에 최근 발견된 수준의 비행체를 보내 터뜨리는 일이 일어난다면, 이는 테러 수준을 넘어선 사실상 선전포고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작든 크든 무력공격이기 때문이다. 남한은 무장력을 총동원해 응징에 나설 것이고,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북한의 ‘무인기 도발’은 실효성이 없다. 상대에게 주는 피해가 너무 미약해서 개전부터 주도권을 넘겨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북한은 노동, 스커드 등 다양한 미사일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미사일은 속도와 정밀도 면에서 무인기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북한의 핵 또한 파괴력 면에서 비할 바가 아니다. 북한이 전쟁을 감수할 정도로 의지가 확고하다면, 이런 ‘선진적’인 무기체계를 동원해 남한 군사력의 무력화를 목표로 화력을 집중시키는 게 상식적이다. 무인기로 시작한 전쟁은, 오래지 않아 수습하기 힘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 무기 탑재의 딜레마 무인기에 더 나은 무기를 탑재하려면 피할 수 없는 딜레마가 있다. 한 예비역 공군 장성은 “무인기를 공격용으로 쓰려면 소형으로는 안 된다. 파괴력이 있으려면 무인기가 더 커져야 한다. 무기를 달아야 하기 때문이다. 커지면 당연히 레이더에 걸린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발견된 수준의 무인기가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고 상당한 거리를 날아올 수 있었던 것은 크기가 작았기 때문이다. 실을 게 많지 않았으므로 크기도 클 필요가 없었다. 현 상태라면 탑재 가능한 무기는 1㎏가량의 폭약이나 생화학무기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탑재 무기의 파괴력을 높이려면 동체 크기도 키워야 한다. 그러면 레이더에 포착될 가능성이 커진다. 속도가 느리고 조종이 잘 되지 않는 무인기는 발견 즉시 격추되기 십상이다.

■ 엄청난 위협일까? 우리 군 당국은 북한 추정 소형 무인기를 ‘시험용’으로 보는 분위기다. 사진 촬영도 궁극의 목표는 아닐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북한이 남한에 대한 ‘항공 정보’가 부족하긴 해도, 인터넷의 국내외 지도 서비스가 공개하는 위성·항공 사진이면 무인기보다 훨씬 나은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 일각에서 논의되듯이, 소형 무인기를 막기 위한 저고도 레이더망 구축 등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체가 금속이 아니기 때문에 반사파가 적어 탐지되기도 어려울뿐더러, 탐지가 된다 해도 새떼와 구별하기도 힘들다는 얘기다. 다만, 청와대와 같은 특정 주요시설 주위에 한정한 대책은 필요하다는 지적은 나오고 있다. 무인기의 위협이 그리 크진 않다고 해도, 전시에는 이를 공격용으로 전환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워낙 작은 무기 체계이고 새로운 분야인 탓에, 군의 새로운 대응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작은 위협’에만 집중해 대응에만 급급하다 보면 큰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10년 연평도 포격 이후 서북도서 방어를 위한 전력증강 계획이 수립됐지만, 군 현대화 등 장기계획이 순위에서 뒤로 밀렸던 것이 한 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 전문가는 “궁극적으로는 남북 상호간 긴장완화와 군사적 신뢰의 구축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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