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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사설] 5명 미만 사업장 근기법 적용, 22대 국회 우선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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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 일대에서 열린 2024 세계 노동절 대회에서 노동자들이 투쟁가를 부르고 있다. 백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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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노동절 133주년을 맞은 1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노동절 대회에서는 ‘모든’ 노동자의 차별 없는 권리를 요구하는 외침이 울려 퍼졌다. 고용 형태나 성별, 장애, 국적 등에 따른 유·무형의 차별이 근절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이를 강화하려는 시대역행적 시도마저 벌어지는 현실이다. 여야는 모두 민생 문제 해결을 내걸고 총선을 치렀다. 22대 국회는 말로만 민생을 논할 게 아니라 민생의 근본인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 보호에 주목하고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



특히 상시근로자 5명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은 여야 모두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5명 미만 사업장에는 법정근로시간, 연장·휴일·야간근무 가산수당, 연차·공휴일 유급휴가, 부당해고 금지 등 최소한의 노동조건도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사업장 규모와 관계없이 근로기준법 규정을 똑같이 적용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국민의힘은 단계적 추진 입장을 밝히면서 우선 유급 공휴일 규정부터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공약에 담았다. 여야 간 최소한의 공감대는 확보된 만큼 22대 국회에서 적극적인 입법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근로기준법은 국민 모두의 기본권을 규정한 헌법에 바탕을 두고 있다. 헌법 32조 3항은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은 인간적인 노동의 최소 조건을 규정해왔고 시대의 변화를 반영해 그 보장 범위를 넓혀왔다. 그러나 사업장 규모에 따른 차별 적용은 여전히 그대로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2021년)를 보면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전체 노동인구의 17.9%에 이르는 372만명 규모다. 이들을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방치한다면 인간의 보편적 존엄성을 부정하는 게 아니고 뭔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차별이다.



지난 1월 50명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된 중대재해처벌법도 5명 미만 사업장에는 역시 적용되지 않는다. 고용노동부 산업재해발생현황(2022년)을 보면 산재 사망자의 39.1%가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였다. 법의 보호망이 정작 가장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는 작동하지 않는 모순이 여기에서도 드러난다. 일하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노동조건과 안전장치마저 보장받지 못한다면 헌법과 근로기준법 이전의 전근대 사회나 다를 바 없다. 이 비정상을 바로잡는 책무가 22대 국회에 주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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