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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일 부부 살인·주검 훼손 혐의 한국인, ‘어둠의 아르바이트’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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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야미바이토’는 아르바이트가 아닌 범죄라고 꼬집는 일본 경시청의 그림. 경시청 갈무리


지난달 일본에서 벌어진 50대 부부 살인·주검 훼손 사건 용의자로 체포된 한국 국적 강아무개씨와 일본 유명 아역 배우 출신 20대 청년에 대해 살인 혐의가 추가됐다. 이들의 행위가 이른바 ‘야미바이토’(어둠의 아르바이트)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며 사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21일 지난달 도치기현 나스에서 회사 임원 부부가 불에 탄 채 주검으로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경시청과 도치기현 경찰 수사본부가 앞서 사체손괴 혐의로 체포한 한국인 강아무개씨와 전직 배우 출신 일본인 와카야마 기라토에 대해 살인 혐의를 추가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부부 주검을 훼손한 혐의로 체포된 뒤 대가를 받았다고 밝혀 청부 살인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현재 뚜렷한 직업이 없는 이들은 “피해자와 일면식이 없다”고도 말했다. 이때문에 이들이 이른바 ‘야미바이토’를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야미바이토는 ‘어둠의 아르바이트’라는 뜻으로 돈을 벌기 위해 범죄에 가담하는 것을 가리킨다.



앞서 지난 17일 지바현 후나바시에서 고교생이 80대 할머니의 돈을 가로채려다가 사기 미수 혐의로 체포된 뒤 경찰에 “아르바이트를 한 것 뿐”이라고 주장하는 등 일본에서 야미바이토가 각종 사회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야미바이토는 대개 금융사기 같은 범죄와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처럼 살인·강도 같은 강력 범죄에도 동원되는 경우가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 경시청의 ‘범죄실행자 모집 실태’ 보고서를 보면 “청소년들이 엑스(트위터)에 ‘돈이 필요하다’는 글을 올리면 범죄 집단이 ‘같이 일해 볼 생각이 있느냐. 큰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이후 청소년들이 “야쿠자를 소개받았다”는 등의 사례가 소개돼 있다.



경시청은 “청소년들을 쓰고 버리는 게 야미바이토의 현실’”이라고 짚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도 “소셜미디어 엑스와 인스타그램 등에 ‘뒷방 아르바이트’ 등의 단어와 함께 ‘월급 1000만원’, ‘위험 부담 없음’, ‘수익 보장’ 등 문구와 함께 야미바이토 모집 게시물이 반복적으로 올라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경시청이 지난 3월 내놓은 ‘인터넷상 게시물 삭제 현황’(2023년 2월~2024년 1월)에 따르면, 해당 기간 주요 사이트 관리자에게 삭제를 요청한 유해 게시물 3379건 가운데 2411건이 삭제됐는데 이 가운데 야미바이토 게시물이 2136건(삭제 요청 2979건)으로 가장 많았다.



경시청은 야미바이토를 차단하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경시청 누리집을 보면 “‘고액 아르바이트’, ‘당일 입금’, ‘서류만 받으면 된다’ 등 지나치게 좋은 조건의 구인 정보는 주의해야 한다”며 “익명성이 높은 애플리케이션으로 연락을 요구할 경우 범죄에 연루될 위험성이 크다”고 당부했다. 이어 “세상에는 그렇게 좋기만 한 것은 없다. 의심스러우면 혼자 판단하지 말고 가족 등 주변 사람이나 경찰과 상담해 달라”고 덧붙였다.



한국에도 ‘월 1000만원 배달 알바’, ‘오토바이 면허 10대 우대’ 같은 고액 보수를 미끼로 평범한 이들을 끌어들인 뒤, ‘마약 던지기’나 ‘피싱 중간책’ 등 범죄에 악용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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