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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공연 전날 쓰러진 50대 테너…2명 살리고 천국 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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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1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6일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 양재영(53)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간장, 신장(오른쪽)을 기증했다고 밝혔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공연 전날 리허설을 마치고 갑자기 쓰러진 50대 테너가 2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하늘의 별이 됐다.



21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6일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 양재영(53)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간장, 신장(오른쪽)을 기증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립합창단에서 테너로 활동해 온 양씨는 지난달 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다음날 열릴 공연 리허설을 마치고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양씨는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에 빠졌다.



고민 끝에 기증을 결심한 양씨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은 오랜 시간 준비한 공연을 하루 앞두고 쓰러지며 삶의 끝까지 음악을 사랑하다 떠난 양씨를 많은 분이 함께 기억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양씨의 남동생 양승영씨는 ‘형한테 장기를 기증받은 분이 갑자기 음악이 좋아지고 성악곡이 듣고 싶어져서 음악인이 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한겨레

21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6일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 양재영(53)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간장, 신장(오른쪽)을 기증했다고 밝혔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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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2남 1녀 가운데 맏아들로 태어난 양씨는 감수성이 풍부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상하며 가족들을 늘 먼저 챙겼다. 특히 조카들을 남달리 생각하고 위했다고 전해졌다.



고등학교 시절 중창단 동아리를 들어가면서 음악과 인연을 맺은 양씨는 교회 성가대 지휘자, 서울시립합창단 단원 등 다양한 음악 활동을 이어갔다.



양승영씨는 “형, 이별하는 날 그런 생각이 들었어. 뭐가 그리 궁금해서 하늘나라로 먼저 떠난 거야. 우리 죽으면 천국 간다고 이야기했었잖아”라며 “형이 사랑하는 할머니랑 엄마랑 함께 여기보다 행복하게 잘 지내. 그리고 우리 다시 천국에서 다시 만나. 형, 사랑하고 보고 싶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양씨의 여동생 양소영씨 역시 “오빠, (하늘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여기서) 힘들었던 건 다 잊고 엄마, 아빠한테 투정 부리고 사랑받았던 어린 시절 모습으로 행복을 누리길 바라. 우리도 씩씩하게 잘 지내겠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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