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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원정검사·관리체계 이원화…돼지열병 대응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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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실험실 있는데 확진권 없어

길에서 시간 낭비…“권한 달라” 요구

도, 구제역·AI는 확진판정 내려

사육·야생 방역권한 일원화도 시급

야생멧돼지 검사 수의사는 1명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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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을 위한 전방위적인 방역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지방정부에도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빠른 초기 대응을 위해선 신속한 역학조사가 필수인데, 지금은 의심신고에서 확진까지 10시간가량 걸리기 때문이다.

20일 농림축산식품부의 ‘해외전염병 방역 실시 요령’ 고시를 보면,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진 권한은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있는 것으로 돼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의심신고가 접수된 지역에서는 해당 농장의 시료를 채취해 검역본부가 있는 경북 김천으로 보내야 한다. 경기 북부의 경우, 확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매번 김천으로 ‘원정 검사’를 보내다 보니 즉각적인 방역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다. 김종석 경기도 축산산림국장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초기 대응이 중요한데,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길 위에서만 4시간을 허비하는 등 10시간이 걸리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처음 확인된 지난달 17일 이후 경기도와 인천 강화 일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확진된 사례는 모두 14건이다.

이 때문에 지방정부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정밀 검사하고 확진 판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중앙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경기도는 이날 “돼지열병 확진 권한 부여와 경기 북부 지역에 관련 설비 확보를 위해 40억원의 국비 지원을 정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현재 ‘비엘(BL)3’ 연구실을 갖추고 있다. 비엘3 연구실은 생물안전 3등급 시설로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고위험 바이러스를 다룰 수 있는 안전한 실험실이다. 이곳에서는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 등에 대한 확진 판정을 내리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검사가 막혀 있다.

사육돼지뿐만 아니라 야생멧돼지에 대한 정밀검사도 문제로 지적된다. 사육돼지는 농식품부가 관리하지만, 야생멧돼지 관리 주체는 환경부다. 관리체계가 이원화돼 있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야생멧돼지의 아프리카돼지열병 검사·방역을 담당하는 수의사가 현재 1명뿐이라는 점이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이곳 야생동물 전문가인 수의사 3명 가운데 2명은 파견·휴직 중으로 지금 이 팀의 수의사는 단 1명뿐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야생멧돼지의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여부를 판정하는 기관이다. 환경부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광주광역시에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을 세웠지만, 행정안전부와 직제 협의를 마무리하지 못해 운영이 미뤄진 상태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출범을 준비하던 중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으로 관련 인력 운영에 한계가 오게 되면 다른 기관과 협력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야생멧돼지에게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진된 사례는 모두 7건이다.

홍용덕 최예린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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