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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법정시한 또 넘긴 최저임금위…'최저임금 1만원' 놓고 팽팽한 신경전 언제까지? [일상톡톡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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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법정 기한인 27일 전원회의를 개최했지만, 사용자위원들의 전원 불참으로 파행을 겪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전원회의장에서 제6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는 재적 위원 27명 가운데 근로자위원 9명과 공익위원 9명 등 18명만 참석했고 사용자위원 9명은 전원 불참했다. 사용자위원들은 서울에서 별도 회의를 열어 행동 계획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자위원들은 26일 열린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 안건이 부결되고 월 환산액 병기 안건이 가결된 데 반발해 전원 퇴장했다.

사용자위원들의 불참으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법정 기한인 이날 전원회의는 의결 정족수를 못 채웠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재적 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는데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각각 3분의 1 이상이 출석해야 한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이번 회의에서 노사 양측으로부터 내년도 최저임금의 최초 요구안을 받아 최저임금 수준에 관한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사용자위원들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근로자위원들과 공익위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일정을 논의할 운영위원회를 개최할 것을 사용자위원들에게 제안하기로 하고 1시간여 만에 회의를 끝냈다.

공익위원들은 오는 28일 운영위원회를 여는 방안을 제안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주말이라도 운영위를 열어 다음 주에는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박 위원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일정 조율을 거쳐 다음 주에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관한 합의를 시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고시시한 8월5일…최저임금 심의 법정기한 넘겨도 7월 중순까지 의결하면 'OK'

최저임금 고시 시한이 8월 5일이기 때문에 최저임금 심의 법정 기한을 넘겨도 7월 중순까지 최저임금을 의결하면 된다. 1988년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후 법정 기한을 지킨 것은 8번에 불과하다.

박 위원장은 이날 회의 직전 모두발언에서 "사용자위원들의 불참은 개인적으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사용자위원들의) 어려운 사정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가급적이면 조속한 복귀를 희망한다"고 촉구했다.

최저임금법상 근로자위원이나 사용자위원이 2회 이상 출석 요구를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불참하면 어느 한쪽이 전원 불참한 상태에서도 의결이 가능하다.

사용자위원들이 이번 회의에 안 나온 것은 출석 요구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불참한 경우에 해당한다.

근로자위원들은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사용자위원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성경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노동부 장관의 최저임금 고시일이 8월 5일이므로 7월 14일까지는 심의 기간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오늘이 마지막이면 오늘 끝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사용자위원들의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니 위원장이 다시 한번 사용자위원들에게 연락해 조기 복귀할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백석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사무총장은 "분명히 밝히건대 법정 시한인 오늘 안 나온다는 것은 국민과 약속을 어기는 것"이라며 "다시 한번 사용자위원들의 복귀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지급능력 없는 업체들도 최저임금 주라는 것이냐?"

내년도 최저임금 법정 심의 시한을 하루 남겨놓고 '업종별 차등화'와 '월 환산액 표기 삭제'가 무산되자 27일 전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단체가 "업계 숙원이 무참히 짓밟혔다"며 반발하고 나섰다고 뉴스1이 보도했다.

중소기업계는 "지급능력이 없는 사람더러 최저임금을 주라는 것이냐"고 규탄하면서 "최소한 최저임금 동결이라도 관철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소상공인 단체들은 한발 나아가 동결을 요구하는 장외 집회까지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계는 최저임금위가 업종별 차등적용 안건을 부결한 것을 두고 "기업의 지급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성급한 결정을 했다"고 지적하면서도 '최저임금' 동결안에 중지를 모으는 모양새다.

우선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하고, 업종별 차등화는 최저임금법 단서조항에 '업종별·규모별 최저임금 미만율 전수조사' 내용을 추가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이날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소기업 현안 기자간담회'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서 업종별 차등적용 안건을 부결한 것은 지급능력이 없는데도 최저임금을 주라는 앞뒤 맞지 않는 말"이라며 "최소한 최저임금 동결이라도 관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굉장히 현실적인 부분들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전 산업 평균 최저임금 미만률이 지금도 15.5%에 달하고, 음식·숙박업과 같은 골목상권은 43%가 최저임금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업계가 처한 현실을 토로했다.

최저임금법 단서조항에 '업종별·규모별 최저임금 미만율 전수조사' 내용을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할 때 '업종별 최저임금 미만율'을 조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조사 분류를 업종별로만 제한할 경우 대기업과 영세 소상공인의 최저임금 미만율 격차를 알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 "한 가닥의 희망마저 최저임금위가 무참히 짓밟았다" 거센 반발

소상공인연합회도 이날 성명을 통해 "한 가닥의 희망마저 최저임금위는 무참히 짓밟고 말았다"며 "소상공인들의 절규를 무시하는 최저임금위가 최저임금 문제를 다룰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소공연은 "소상공인의 지극히 당연한 최소한의 요구가 또다시 차갑게 외면당했다"며 "이번만큼은 공익위원들이 정부의 거수기 역할을 하지 않고 합리적인 입장을 조율할 것이라 기대했던 한 가닥 희망마저 외면당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저임금위가 '업종별 차등화'와 함께 '월 환산액 표기 삭제' 안건까지 부결한 것에 대해 "이제 최저임금위에 아무런 기대도 걸 수 없음이 명백히 드러났다"며 "'완벽히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결정되는 2020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소공연은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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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소공연은 지난 17일 △소상공인업종 산업규모별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 △일자리안정자금 등 최저임금 관련 대책의 소상공인 사각지대 해소 방안 △최저임금 고시에서 월 환산액 표기 삭제 등 3대 과제를 전달한 바 있다.

소공연은 "강력한 규탄과 함께 소상공인의 분노와 저항을 모아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소공연은 이번 최저임금위 표결에 반발해 장외 집회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공연 관계자는 "현재 연합회 구성원들의 중지를 모아 최저임금 관련 장외 집회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단체 행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소공연은 지난해 8월2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최저임금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연 바 있다.

◆일자리 미스매치 완화…정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노동 조건 개선 결과일 수 있다"

한편 올해 1분기 국내 영세 사업장에서 인력 미스매치(수급 불일치)가 눈에 띄게 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노동 조건 개선의 결과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노동부가 27일 발표한 '2019년 상반기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5인 이상 사업체의 적극적인 구인 활동에도 채용하지 못한 인력 규모를 가리키는 '미충원 인원'은 7만6000명으로, 작년 동기보다 1만3000명(14.8%) 감소했다. 미충원율은 9.3%로, 작년 동기보다 1.5%포인트 하락했다.

미충원 인원은 사업체의 구인 인원에서 채용 인원을 뺀 값이고 미충원율은 구인 인원 대비 미충원 인원의 비율을 의미한다. 미충원 인원과 미충원율은 인력 미스매치를 보여주는 지표로 쓰인다.

사업체 규모별로 보면 5∼9인 사업체의 미충원율은 8.3%로, 작년 동기보다 3.3%포인트 떨어졌다. 영세 사업체의 미충원율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큰 셈이다.

김효순 노동부 고용지원정책관은 "30인 미만 사업체에서 (미충원율) 감소 폭이 컸다"며 "추측하건대 최저임금 인상으로 30인 미만 사업체의 노동 조건이 개선돼 부족 인원 대비 채용이 늘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 사업장의 노동 조건이 개선돼 노동자의 자발적 이직이 감소하면서 미스매치 완화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노동부는 보고 있다.

영세 사업장이 많은 숙박음식업의 경우 비자발적 이직도 감소 추세라는 게 노동부의 설명이다.

노동부는 "채용 계획 인원과 실제 채용 인원의 증감 방향이 항상 동일하지는 않으며 양적으로도 큰 차이를 보인다"며 채용 계획 인원이 줄었다고 채용이 감소할 것으로 예단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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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는 "채용 계획 인원은 사업체의 주관적 경기 인식 등이 반영돼 다소 보수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는 상용직 노동자 5인 이상 사업체 표본 약 3만2000곳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사업체의 정상적 경영에 필요한 인력 규모 등을 조사해 인력 미스매치 해소를 위한 정책의 기초 자료로 쓰인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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