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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AI 시대엔 일자리 큰변화…미래 세상은 기본소득 도입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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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핀란드 실험 설계한 빌레베이코 풀카 헬싱키대 연구원 인터뷰

경제위기로 노동시장 유연성 커져, 핀란드 공적부조 병행 실험



한겨레

빌레베이코 풀카 헬싱키대 사회과학대학 디지털경제 연구원이 지난달 19일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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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은 ‘부분 기본소득 실험’이라 불린다. 기존의 공적 부조를 대부분 병행하면서 최소한의 기본소득으로 어떤 효과가 발생하는지를 확인해보겠다는 취지여서다. “소극적으로 설계된 실험도 기본소득이라 부를 수 있을까”라는 반론도 나온다.

지난달 19일 헬싱키대에서 만난 빌레베이코 풀카 사회과학대학 디지털경제 연구원은 “여러 국가와 단체 주도로 진행중인 기본소득 실험은 사실 모두 다른 목표와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며 “각 실험의 결과물이 모여 우리가 찾던 비교적 완전한 기본소득 모델이 퍼즐처럼 맞춰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핀란드 사회보험공사(Kela·켈라)와 함께 기본소득 실험을 설계했다.

―핀란드가 정부 주도로 기본소득 실험을 시도하게 된 배경은?

“사회보장 체제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비용이 늘고, 여느 국가처럼 복지체제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이를 좀 더 효율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지였다. 핀란드는 경제위기 후 노동시장 유연성이 확대됐다. 여기에 정부는 부담을 느꼈고, 실험을 떠올렸다.”

―노동 유인 효과 외에 나타날 변화를 예상해본다면?

“기본 복지체제에선 수급자가 부정적 생각에 사로잡힌다거나 스트레스가 늘어났다는 보고가 많았다. 정부가 요구하는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수급액이 깎이는 구조여서다. 기본소득은 수급자 입장에서 긍정적 제도다. 제한을 두지 않는다. 심리적 효과도 클 것이라 생각한다. 무작위로 대상자를 선정했다는 점은 다른 실험에서 실현되지 못했던 부분이다.”

―도덕적 해이, 일하지 않는 이가 늘어날 것이란 주장도 있는데?

“핀란드에는 실업자에 대한 혹독한 시선이 존재한다. 복지 혜택에 의존하는 사람들에 대한 불신이 큰 편이고, 사회인이란 정체성이 삶에서 중요한 덕목으로 꼽힌다. 실험 참가자 대부분이 장기수급자라는 ‘낙인’이 찍힐까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물론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겠으나 결과를 바꿀 만큼 유의미하진 않을 것이라 예상한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인공지능(AI)이 사회를 주도하는 시기엔 노동시장 자체가 급속히 바뀌면서, 일자리의 개념을 재정의하는 시기가 오면 세상은 기본소득을 도입하게 될 것이다. 결국 어떤 방식의 기본소득을 선택하는지가 관건이다.”

―핀란드 실험이 기본소득 아이디어를 알리는 것 이상의 결과를 도출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많다.

“처음 실험을 설계했을 때보다 예산은 절반이 줄었고, 대상자 규모도 축소됐다. 현재 560유로(약 72만6천원)가 주어지지만 헬싱키 시민은 최소 1000유로는 받아야 삶이 유지된다. 학생이 제외되고 실업자로만 한정된 것에도 아쉬움이 크다. 그럼에도 정부가 발 벗고 나섰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다. 복지 선진국 핀란드에서도 제도에 대한 사고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노동하지 않고 받는 소득’이라는 개념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합의도 요구된다.”

헬싱키/글·사진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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