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4 (금)

더 부드럽거나 강하거나, 내겐 ‘기준’ 되는 위스키가 있다 [ESC]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위스키를 즐기다 보면 가고 싶은 여러 방향이 보이기 시작한다. 가격·풍미·스타일 등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 나갈 수 있다. 어느 쪽이든 가다 보면 기준이 되는 위스키가 하나쯤 생긴다.



내겐 ‘글렌피딕 15년’이 기준이 됐다. 여러 위스키를 평가하는 이정표인 셈이다. ‘이건 너무 비싸, 이건 풍미가 평범해, 이건 향신료가 너무 강한데’ 등등의 평가가 글렌피딕 15년을 기준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글렌피딕은 우리나라에서 많이 알려진 싱글몰트 위스키(‘맥아’라는 뜻의 몰트만 사용해 단일 증류소에서 생산되는 것) 중 하나로 약 30년 전부터 판매됐다. 글렌피딕은 게일어로 ‘사슴(피딕) 계곡(글렌)’이라는 뜻이다. 글렌피딕은 최초로 싱글몰트 형태로 판매·수출하기 시작한 제품이기도 하다.



글렌피딕 증류소는 윌리엄 그랜트가 20여년 준비 끝에 가족들과 함께 1887년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 지역 더프타운에 설립했다. 지금도 6대째 유지되고 있는 대표적인 가족경영 회사다. 글렌피딕의 자매 증류소인 발베니 증류소와 그레인(곡물) 위스키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거번 증류소도 소유하고 있다. 위스키 외에도 오이·장미 향으로 유명한 프리미엄 진인 ‘헨드릭스 진’과 칵테일인 ‘러스티 네일’에 사용되는 ‘드람부이’, 유명 타투 아티스트인 세일러 제리에게서 이름을 따온 ‘세일러 제리 럼’도 소유하고 있다.



위스키는 오랜 시간 숙성이 필요하므로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고 생산하는 게 어렵지만 중요한 일이다. 글렌피딕은 위스키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고 과감하게 행동했다. 1920년 미국에서 금주법이 시행되면서 스코틀랜드의 많은 증류소들이 문을 닫거나 생산량을 줄였지만 글렌피딕은 오히려 생산량을 늘려 1933년 금주법 폐지 이후 늘어난 수요에 대응할 수 있었다. 또 이를 바탕으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스카치 위스키에 익숙해진 미국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다. 이후 자체 쿠퍼리지(오크통 생산 공장)와 곡물 증류소를 보유해 위스키 생산량을 늘려 많은 재고를 확보하면서 저렴하게 위스키를 공급할 수 있었다. 현재 국내 가격도 10만원대 초반으로 10만원대 중후반대인 15년짜리 다른 싱글몰트보다 저렴하다. 외국에서도 글렌피딕 15년은 50달러(약 6만8천원) 정도로 유독 저렴한 편이다.



또 글렌피딕 15년은 호불호 없는 풍미와 맛을 가지고 있다. 버번 위스키를 숙성했던 버번 오크통과 셰리 위스키를 숙성한 유러피언 오크통, 또 사용하지 않은 새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위스키를 큰 통에 모아 블렌딩하며 숙성을 시킨다. 위스키를 빼낸 만큼만 채워 넣으며 일정한 풍미와 맛을 유지한다.



그렇게 생산된 글렌피딕 15년은 일반적으로 위스키 하면 떠오르는 꿀·나무·바닐라 향에 튀지 않는 향신료의 향을 풍기고, 또 달콤하지만 과하지 않고 쓰지 않은 맛이 나는 등 적당히 둥글둥글한 풍미를 가지고 있다. 이런 점은 다양한 맛과 취향에 따라 더 부드럽고 편한 위스키를 찾거나, 좀 더 개성이 강한 것을 찾아 나서기에 좋은 기준점이 돼준다.



기억하기 쉬운 풍미를 가지고 있으니 마셔보고 내 몸과 혀의 컨디션을 시험해 보기에도 적합하다. 하루에 한잔씩 마시기에도 좋고 인지도도 높으니 선물용으로도 적당하다. 위스키에 관심이 생겼다면 꼭 마셔봐야 할 위스키다.



글·그림 김성욱 위스키 블로거



▶▶한겨레 서포터즈 벗 3주년 굿즈이벤트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기획] 누구나 한번은 1인가구가 된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