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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도시바와 비교되네" 히타치 `선택과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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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일본 히타치제작소가 26일 반도체장비 제조 자회사 '히타치국제전기'의 매각을 발표했다. 삼성전자 등 글로벌 전자회사를 고객으로 둔 이 회사는 2016년 3월 결산 매출액이 1807억엔(약 1조8000억원)에 달하는 알짜 기업이다. 반도체 붐을 타고 있어 향후 전망도 낙관적이다. 당장 돈을 버는 사업이니 떼어내고 싶지 않은 유혹이 있었겠지만 히타치는 계획대로 미국 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주도한 미·일 연합펀드에 과감히 매각했다. KKR연합은 히타치 지분 약 50%를 포함해 도쿄 증시에 상장된 주식 100%를 약 2000억엔에 매입할 예정이다.

히타치는 이번 매각으로 1000억엔(약 1조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하게 됐다.

경영난에 빠진 것도 아닌 히타치가 알짜 반도체 기술기업을 판 것은 핵심 역량인 사회 인프라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내년 말까지 1조엔(약 10조원)의 자금을 인프라 관련 기업 인수·합병(M&A)에 쏟아붓기로 한 히타치 경영진이 눈앞의 실익보다 미래를 위한 '선택과 집중'에 힘을 싣기로 한 것이다. 히타치의 선제적인 구조 개혁과 사업 전환은 모든 것을 끌어안고 문어발식 확장에 나서다 내부 병폐가 적나라하게 노출되면서 무너진 도시바와 대비되며 크게 주목받고 있다.

히타치는 올해 초에도 전동공구 제조 자회사인 히타치공기를 매각했고, 이에 앞서 히타치캐피털과 히타치물류의 지분도 대거 매각에 나섰다.

발전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미쓰비시중공업과 화력발전사업을 합쳐 미쓰비시히타치파워시스템(MHPS)을 설립하기도 했다. 2011년에는 세계 3위 업체였던 하드디스크 제조 자회사를 1위 기업인 미국 웨스턴디지털에 43억달러에 매각하기도 했다.

히타치는 선제적 선택과 집중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블루오션인 철도와 사회 인프라 관련 사업을 강화하는 데 집중적으로 투입했다. 자회사 히타치국제전기 매각 발표 전날인 25일에는 공기압축기 관련 대기업인 미국 슐에어를 12억4500만달러(약 1360억엔)에 인수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다양한 인프라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히타치는 모든 것을 인터넷에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사용해 생산 개선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데, 이번 인수도 이런 인프라 수주를 확대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이에 앞서 2015년 히타치는 이탈리아 철도기업을 2조원 넘는 돈을 들여 인수해 철도교통 인프라 사업을 강화했다. IoT 시대의 핵심인 빅데이터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의 빅데이터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인 판타오를 600억엔에 인수하기도 했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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