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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문재인 “정부가 돈 풀어 저성장 탈출”…재원 마련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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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문재인 경제정책 뜯어보니

2년전 소득주도성장론 확정판

5년동안 예산 160조 더 늘려

재원 마련은 초과세수 등 기대

부족액 만큼 나랏빚 늘 수밖에

구조조정·가계빚 정책 안 보여


한겨레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사람중심 성장경제' 공약을 발표하려고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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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저성장의 덫에 빠진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꺼낸 카드는 공격적인 재정지출 확대다. 소득과 이익이 정체된 탓에 소비와 투자를 늘리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 대신 정부가 직접 돈을 써 경기 회복을 이끌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재정 확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재원 확보 방안과 정부 지원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 정리 등과 같은 경제 체질 개선 방안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후보는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재정지출을 연평균 7%씩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올해 예산이 400조5천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 예산 규모는 약 561조원에 이른다. 이는 현 정부가 지난해 말 ‘2016~2020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밝힌 재정지출 증가율 3.5%를 두배나 웃돌 정도로 공격적인 재정운용 계획이다. 이런 재정지출 확대에는 현재 550조원가량 쌓여 있는 국민연금 적립금도 활용된다.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국민연금이 사들이는 방식으로 지난해 총선 때 제시된 공약 중 하나다.

재정지출 확대는 그동안 국제통화기금(IMF)이나 무디스 등을 비롯해 나라 안팎에서 단골로 내놨던 권고 사항이었다. 가계소득 증가가 더디고 기업 투자가 줄어드는 상황인데도 박근혜 정부는 재정의 수입과 지출을 엇비슷하게 유지하는 ‘균형재정’에 집착하면서 저성장이 더 고착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이 한 해만 8조원의 예산을 추가로 늘려도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지 않고 경기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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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후보의 경제정책을 짜고 있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수요를 늘리기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다만 무분별한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에는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4대강 사업 등 토목 공사에 지출을 늘려 위기를 넘으려 했던 이명박 정부의 전략을 답습하지는 않겠다는 취지다.

이는 과거 민주당이 내놓았던 ‘소득주도 성장론’과 맥락이 닿아 있다. 임금 등 가계의 소득을 늘려야 경제 전반의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는 수요 확대 중심 성장론이다. 문 후보가 재정지출의 상당액을 공공부문 일자리를 만드는 데 쏟아붓겠다고 한 것도,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높은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려주면 가계소득 확충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하지만 제이노믹스가 실현되려면 맞닥뜨려야 할 관문이 적지 않다. 우선 국가채무 증가를 피하기 어렵다. 채무를 늘리지 않고 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세입 기반을 크게 확충해야 한다. 문 후보 쪽이 자체 추계한 5년간 세수 자연증가분 50조원과 초과 세수 50조원이 실현된다 하더라도 늘어나야 할 재정지출 160조원가량 가운데 60조원은 나랏빚으로 감당해야 한다. 이에 대해 김상조 교수는 “성장률이 오르면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향후 5년간 현재(약 40%)보다 조금만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웅기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현재 5% 수준인 경상성장률 수준으로 지출을 늘려야 재정 건전성에 무리가 없는데 재정지출 증가율 7%는 다소 놀라운 수준”이라며 “재원 조달 방안을 좀더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의 성장론이 대외 개방도가 높은 국내 경제 구조나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최근의 세계 경제 환경에 기대만큼의 효과를 낼지도 의구심이 있다. 재정 확대로 늘린 국내 수요를 다른 나라가 가져갈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개혁 전략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문 후보 쪽 핵심 관계자는 “대선 기간인데다 문 후보의 지역구가 (조선업 구조조정이 한창인) 부산인 점이 고려됐다”며 “실제 집권을 하게 되면 구조조정과 가계부채 문제를 정면으로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되기 어려운 구조개혁을 제이노믹스의 주된 메뉴로 꺼내기가 어려웠다는 뜻이다.

김경락 노현웅 허승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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