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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블루일베' 논란에 입 연 미 페이스북 본사 "여성혐오 표현도 커뮤니티 규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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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페이스북 본사 ‘글로벌 정책 총괄’인 모니카 비컷 인터뷰

·한국 사용자의 게시글은 ‘페이스북 아일랜드’가 판단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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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 콘텐츠를 방관한다는 이유로 일각에서 ‘블루 일베(파란색 로고+일베)’란 비판을 받고 있는 페이스북이 “여성에 대한 혐오 표현 역시 페이스북의 커뮤니티 규정을 위반한다”고 해명에 나섰다.

미 페이스북 본사의 ‘글로벌 정책 총괄’인 모니카 비컷은 1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사진)에서 “페이스북은 소수자 혐오를 조장하는 단체나 개인 활동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터뷰는 서울 강남구 페이스북코리아 사무실에서 화상과 전화로 진행됐다.

2012년 페이스북에 합류한 비컷은 페이스북 상에서 허용되는 게시물의 범위 및 광고주들과 개발자들이 페이스북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정책들을 관리하는 담당자다.

■ “하나의 정책을 전 세계에 적용해…. 혐오 표현·따돌림 등이 게시글 규제 기준”

이날 인터뷰는 페이스북이 사용자의 게시물을 어떤 기준으로 삭제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한국 사용자들 사이에서 가장 논란이 일고 있는 부분이다. 비컷은 “페이스북은 하나의 글로벌 정책을 표준으로 삼아 전 세계에 적용한다”며 “혐오 발언(hate speech), 따돌림 및 괴롭힘이 규제 대상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비컷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성별, 성적 지향, 인종, 국적 등 ‘보호받아야 하는 특성’에 대한 공격을 혐오 표현으로 간주한다. 그는 “누군가가 동의하지 않거나 싫어한다는 이유만으로 혐오 표현에 해당되는 건 아니다. 다만 협박이나 신체적 위해, 물리적 공격의 가능성 등이 포함될 경우 따돌림 혹은 괴롭힘의 범주에 포함돼 규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컷은 “여성에 대한 혐오 포현도 페이스북의 커뮤니티 규정을 위반한다. 여성 역시 소수자 범주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하나의 포괄적인 방침은 각 나라나 문화별로 다양한 혐오나 차별의 세부적 맥락을 유연하게 다루기 어렵단 한계가 있다. 한국의 여성혐오 논쟁이나 이슬람권에서 여성의 신체 사진을 올리는 문제 등이다. 이에 대해 비컷은 “많은 나라에서 혐오 발언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받아들여 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이를 보다 확실히 식별하고 삭제할 수 있도록 각국 정부, 지역 사회, 학계 및 전문가들과 정기적으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에선 한국인이 독일인과, 미국인이 한국인과 교류하기 때문에 하나의 공통된 기준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각 지역의 맥락을 고려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사용자의 게시글은 ‘페이스북코리아’가 아닌 ‘페이스북 아일랜드’가 판단

비컷은 한국에서 사용자의 신고가 들어간 게시물에 대한 제재 조치는 페이스북코리아와 같은 현지 법인이 아닌 아일랜드 더블린 소재 ‘페이스북 아일랜드(Facebook Ireland)’에서 관장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아일랜드는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한 다른 지역 사업체·사용자와 계약을 맺는 또다른 페이스북 법인이다. 미국과 캐나다는 미국 소재 페이스북 본사가 맡는다.

그동안 페이스북은 보안 등의 우려 때문에 더블린에 직원들이 근무한다는 사실을 외부로 공개하지 않았다. 비컷은 “더블린의 커뮤니티 관리팀이 게시글 관리 규약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각 언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는 리뷰어들이 게시글 삭제 여부를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방침에 따르면 각 리뷰어의 판단 능력이 게시물 삭제 여부를 일차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리뷰어들이 한국 등 현지의 맥락을 얼마나 심도있게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비컷은 “페이스북의 커뮤니티 규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여러 차례 교육을 하며, 서로 사례를 공유하고 분석하는 교육을 정기적으로 받는다. 여러 명의 리뷰어가 비슷한 판단 실수를 한다면 규정 자체를 다시 고려하기도 한다”고 답했다.

또한 성기나 욕설 등 특정 단어가 포함된 글을 기계적으로 삭제하는 것이 아니라, “리뷰어들이 문맥과 어감을 고려해 판단한다”고 비컷은 설명했다. 다만 리뷰어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경우에 따라 페이스북 코리아에서 도움을 주기도 한다. 페이스북코리아 측은 “게시글이 삭제됐다는 알림이 기계적으로 간 듯 보이지만, 삭제 판단을 기계적으로 하는 건 아니다”라며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실수가 없진 않지만, 실수하는 비중이 상당히 낮다. 실수를 찾으면 빨리 고치고 즉시 복구 과정을 거친다”고 밝혔다.

■ “여성혐오는 방관하고 남성 혐오는 삭제한다?”

‘여성혐오 페이지는 방관하면서 남성 혐오 페이지는 삭제한다’는 한국 내 비판에 대해 비컷은 “특정 페이지나 게시물의 성격·주제와 상관 없이 커뮤니티 규정을 위반하는 페이지나 게시물은 삭제된다”고 해명했다. 그는 “페이스북의 커뮤니티 규정 위반 단속은 사용자들의 신고를 기반으로 이뤄진다”며 “어떤 게시물이 얼마나 많이 신고됐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단 한 번의 신고만으로도 충분히 삭제될 수 있으며, 규정 위반 사항이 없다면 신고 횟수가 많다고 해도 삭제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날 비컷은 “페이스북에서 의견을 교류하는 사람들이 ‘내가 안전한 환경에서 말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페이스북의 가장 중요한 책임”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페이스북 사용자가 1700만명에 달하고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규모가 커질수록 한국의 상황에 대해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다”며 “커뮤니티에 대한 사용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규정이 절대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의 성장과 발맞춰간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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