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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4 (월)

“올해는 아무 모임도 안 했어요”…당신만 그런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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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분기 음식점 주류매입액, 전년 대비 5.5% 감소

서울의 한 식당가. 한산한 거리에 쌓여 있는 주류 박스만 덩그러니 남았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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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 예약만 세 건이었는데, 갑자기 다 취소됐습니다. 계엄 뉴스 나오고, 제주항공 사고 터지면서 손님들 발길이 뚝 끊겼어요”

서울 마포구에서 10년째 고깃집을 운영 중인 50대 자영업자 김모 씨는 지난해 12월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작년 말 불거진 비상계엄 논란과 제주항공 참사가 소비심리를 크게 위축시키면서, 음식점들의 술자리 매출도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한국신용데이터가 발간한 ‘소상공인 데이터 인사이트 - 주류 매입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2023년 4분기 음식점 주류매입액은 월평균 약 137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 급감했다.

주류매입액은 지난해 1분기와 2분기에 142만원대를 유지했지만, 3분기 139만원, 4분기 137만원으로 매 분기 줄어드는 하락세를 보였다.

연간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2.7% 감소한 139만원 수준이다.

한국신용데이터는 “계엄 이슈와 내수 부진이 겹치면서 각종 심리지수가 하락했고, 이로 인해 소비가 급격히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과 가계의 전반적인 심리를 보여주는 경제심리지수(ESI)는 작년 7월 93.6에서 12월 90.2로, 올해 3월에는 87.3까지 하락하며 뚜렷한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ESI가 100 아래면 경제심리가 평년보다 나빠졌다는 의미다.

소상공인들이 체감하는 피해는 수치 이상이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작년 소상공인 163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8.4%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매출이 줄었다”고 답했으며,

그중 36%는 “매출이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고 호소했다.

운영 중단된 음식점 내부. 식탁들이 모두 정리된 채 텅 비어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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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폐업신고 사업자 수는 98만6487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고, 올해 집계 기준 100만명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불황 여파로 상권 전반에서 손님이 줄었고, 폐업하는 음식점도 많았다”며 “소주보다 맥주가 잘 팔렸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주종별 매입 추이를 보면, 맥주는 전년 대비 4.4% 증가한 반면, 소주는 4.4%, 기타 주류는 7.2% 줄었다.

지역별로는 전국 모든 권역에서 감소세를 보였으며, 수도권이 매입 규모는 가장 컸고, 서울 자치구 중에서는 강남구, 마포구, 영등포구 순으로 집계됐다.

이번 보고서는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를 사용하는 전국 약 4만개 음식점을 대상으로 2023~2024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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