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상호 관세 부과를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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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폭탄에 맞서 중국·유럽연합(EU)·캐나다 등이 보복에 나서면서 관세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무역 위축과 세계 경제 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미 증시 시가총액이 이틀 새 6조6000억달러(약 9600조원) 증발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공포에 휩싸였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충격이 특히 크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4개월간 지속된 정치적 불확실성은 제거됐지만, 미국발 관세 전쟁의 폭탄이 한국 경제를 위기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미국의 관세 계획에 맞서 중국이 오는 10일부터 모든 미국산 수입품에 34%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미국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금지하고, 미국산 일부 농수축산물 수입 금지 조치도 내렸다. EU는 미국에 50% 보복 관세를 물리는 방안을 회원국 표결에 부치겠다고 발표했고,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자국 기업에 대미(對美) 투자 중단을 요구하는 등 주요 경제권이 전면전에 돌입했다.
관세 전쟁은 실물 경제에 앞서 글로벌 금융시장부터 강타했다. 뉴욕 증시는 이틀간 시가총액이 6조6000억달러나 감소했다. 미국 증시 대표 지수인 S&P 500 지수는 지난 4일 하루에 6%나 폭락, 2000년 닷컴 붕괴(-5.8%), 2001년 9·11 테러(-4.9%) 때보다 하락 폭이 컸다. 유럽, 일본 등 주요국 증시도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 “관세 부과는 큰 실책”이라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잘되고 있다. 마켓이 (다시 반등해) 붐을 일으킬 것”이라면서 관세 폭탄 정책을 계속 밀어붙일 태세다.
미국발 관세 전쟁은 무역 축소, 생산 위축, 물가 급등을 초래해 세계 경제를 동반 침체의 늪에 빠트릴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관세 전쟁으로 올해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0.1%로 추락하고, 물가는 4.7%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은 올해 세계 경제 침체 확률을 40%에서 60%로 올렸다.
지난달 말 정부는 산불 피해 지원과 내수 진작 등을 위해 10조원 규모 추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엔 미국발 관세 전쟁으로 타격을 입을 수출 기업과 무역 부문에 대한 지원책은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으로부터 32% 관세율을 부과받은 대만 정부는 수출 기업에 2800억 대만달러(약 12조원) 규모의 대출 이자 감면과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등의 긴급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4월 내 추경 편성을 희망하고 있지만,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재난 대응 1단계 추경 우선 편성 여부, 추경 규모 등을 놓고 다투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하루빨리 추경 편성을 완료해 시장의 불안 심리를 진화해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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