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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대만 해협과 서해를 美가 하나의 바다로 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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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평양 영향력 확대 중인 中

대만선 군사 훈련, 서해엔 구조물

트럼프 국방부 잠정 지침은

中 대만 침공 대처가 최우선

유럽·중동·한반도는 “알아서 하라”

美에겐 별개 戰區인 한국과 대만

‘통합 전구’ 묶어야 서로 효과적

한미일 공동 대응 모색해야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중국의 시진핑 정부는 서태평양 지역에서 조용히 ‘작전’ 중이다. 지난달 중국 해군 함대는 호주를 한 바퀴 돌며 호주와 뉴질랜드 사이에 있는 태즈먼해(海)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단행했다. 이번 달 1일부터 3일까지 인민해방군은 대만 주변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였다. 특히 이번 훈련은 육군·해군·공군·로켓군이 참여하여 대만 섬을 포위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5일에는 중국의 지원으로 이루어진 캄보디아의 림(Ream) 해군 기지 확장 개막식이 있었다. 이 모든 행위는 70년간 미국이 지배해 온 서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전략이다.

서태평양엔 서해도 포함된다. 지난달 우리 정부는 중국이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에 철골 구조물을 설치한 사실을 확인하고 중국 측에 항의했다. 이는 작년 11월 8일부터 한국에 대해 무비자 입국 정책을 시행하고, 2017년 사드(THAAD) 배치 이후 시행된 한한령(限韓令)을 해제할 것이라는 보도와 묘한 대조를 이뤘다. 중국의 이러한 상반된 행보는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냉혹한’ 국익을 추구하는 복합 전략이다.

그러나 한국은 중국에 대해 복합 전략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억제를 주문해 왔지만, 역대 우리 정부는 매우 소극적이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7년 12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중국은 높은 산봉우리와 같고, 한국은 그 산의 기슭에 있는 작은 나라”라고 묘사하는 모습을 보며, 한국의 ‘공중증(恐中症)’을 실감했다. 이런 한국에 중국 억제를 요청하는 건 무리라는 결론에 도달했을 것이다. 급기야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국 억제는 주한 미군이 할 테니, 북한 억제는 한국이 알아서 하라는 식의 ‘최후통첩’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난달 미국 국방부 내부용으로 배포된 ‘잠정 국방 전략 지침(Interim National Defense Strategic Guidance)’은 “중국이 미국의 유일한 기준 위협(pacing threat)이며, 대만에 대한 침공 저지와 본토 방어가 유일한 기준 시나리오”라고 명기했다. 미국은 중국을 기준점 삼아 군사력을 준비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처하는 게 최우선 사안이란 얘기다. 따라서 유럽·중동 등 다른 지역에서는 미국이 군사적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동맹국들이 나서서 러시아·이란의 위협에 대처하도록 하고, 심지어 동아시아 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도 한국과 일본이 독자적으로 대처하게 할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미 국방부의 ‘잠정 전략 지침’이 백악관의 ‘국가안보전략서(NSS)’와 국방부의 ‘국방전략서(NDS)’로 공식화하는 건 시간문제다. 그 전에 우리의 입장을 정립하고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 한미 양국이 힘을 합쳐 북한과 중국을 전략적으로 억제하는 것이 정답이다.

그렇다고 한중 관계가 파탄 나는 건 아니다. 미·중 전략 경쟁으로 인해 군사 부문이나 첨단 기술 협력은 제한받겠지만, 그 외에 한중이 협력하는 것을 미국이 반대하거나 중국이 거부할 이유는 없다. 30년 이상 지속될 미·중 전략 경쟁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이 서로의 시장을 포기하지 않듯, 한국은 북한과 그 후견국인 중국을 전략적으로 억제하더라도,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육상·해상·공중전이 전개될 수 있는 지리적 범위를 ‘전구(戰區, theater)’라고 한다. 미국은 한반도는 주한 미군이, 대만 해협은 주일 미군이 관장하는 별개의 전구로 간주해 왔다. 그런데 대만 해협과 한반도는 위기를 서로 촉발하는 관계이므로, 두 지역을 별개로 간주하기보다 ‘사실상 통합 전구’를 지향하는 게 효과적이다. 한·미·일이 중복을 피하고 효율적 역할 분담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전략적 통합은 억제(deterrence), 즉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대신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북한 문제를 주도적으로 다룰 실질적 능력을 갖추도록 지원하고, 중국이 한국에 경제 보복을 가하면 일본 및 여타 우방국들과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

대만 해협과 서해를 하나의 바다로 보고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면,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인공섬 설치 후 군사 시설로 변형시키듯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에 대형 철골 구조물을 설치해 군사 시설로 활용하려는 시도에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렇게 대만 해협과 서해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전략적 인식이 자리를 잡으면, 한국도 오랜 공중증에서 벗어나 중국과 제대로 협력할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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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 고려대 경제기술안보연구원장·前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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