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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파면” 광장의 새 구호 “새 세상을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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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동십자각에서 연 ‘승리의 날 범시민대행진’에서 참석자들이 민주주의 승리을 외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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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선포 123일 만에 내란 수괴 윤석열을 무너뜨렸습니다. 우리 삶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진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광장에서 사랑과 연대의 힘으로 승리하는 법을 배운 우리는 분명 12월3일 이전과는 다른 세상을 만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하루 뒤인 지난 5일, 서울 경복궁 동십자각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18차 범시민 대행진’(범시민대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사회자의 말을 들으며 웃음을 띤 채 서로를 응시했다. 주말마다 “윤석열을 파면하라”는 외침이 울렸던 서울 도심은 이날 “민주주의가 승리했다”는 구호로 뒤덮였다. 곧이어 시민들은 또 하나의 구호를 잊지 않고 외쳤다. “새 세상을 맞이하자!”



대통령 파면 뒤 그동안 광장에서 터져나온 다양한 목소리를 바탕으로 ‘다시 만난 세계’를 준비해야 한다는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탄핵 집회 무대에는 노동자·농민·청소년·여성 등 다양한 이들이 올라와 그동안 겪은 차별과 고통을 이야기하며 이를 해소할 대안을 요청했다. 광장의 외침을 이끌어온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에선 127개 단체, 189명의 전문가·활동가들이 시민의 요구를 분석해 ‘사회 대개혁 과제’로 정리했다. 정치권과 새 정부에 ‘모두를 위한 민주주의’를 본격적으로 요구하려는 참이다.



광장에 모인 이들의 저변이 넓었던 만큼 요구도 다채롭다. 비상행동의 사회 대개혁 과제는 분야만 해도 헌정 질서 회복, 정치·사법 개혁, 경제·민생, 성평등, 기후위기, 돌봄, 노동, 언론 자유, 교육·청소년, 식량주권 등 12개로, 그에 속한 법률 제·개정, 정책 기조 전환 등 과제는 118개에 이른다. 연관된 세부 과제는 424개다. 특히 성평등·기후위기 분야 과제가 많다. 김주호 비상행동 정책기획팀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때보다 사회적으로 젠더나 기후 감수성이 훨씬 높아진 상황”이라며 “윤석열 정권 아래에서 상당히 후퇴한 주제들인 만큼 (사회 대개혁 과제로) 강조됐다”고 설명했다. 비상행동은 이들 과제를 야당과 협의해 대선 의제로 만들 계획이다. 지난달 10일 더불어민주당 등 6개 야당은 공동 입장문을 내어 “윤석열 파면 이후에도 시민 참여가 보장된 가운데 사회 대개혁을 이루기 위해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고단했던 지난 4개월의 기억을 되짚고 파면 선고의 기쁨을 만끽하는 ‘주말 축제’였던 범시민대행진에서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파면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말했다. 충남 아산에서 온 조현(45)씨는 “지난 시간을 보상받는 기분에 뭉클했지만, 또 다른 시작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기도 했다”며 “헌법의 가치를 정말로 수호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휠체어를 타고 무대에 오른 장애 여성 진은선씨는 “광장에 함께 모인 우리는 같지 않지만 서로 다른 차이 속에서도 비슷한 점을 찾고 차별과 억압의 경험을 연결해왔다”며 “이 연대의 힘을 단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파면 이후의 일상으로 가져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서 에스파의 ‘위플래시’와 무한궤도의 ‘그대에게’에 맞춰 울린 구호도 “파면, 파면, 윤석열 파면”을 넘어 “바꿔, 바꿔, 세상을 바꿔”로 변해 있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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