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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75% “관세 올라 인플레 걱정”…미 언론 “생활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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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 코스트코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생필품 등 소량의 물건을 구매한 뒤 나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영향으로 미국인들의 소비 심리는 위축된 양상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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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던진 ‘관세 폭탄’이 생활용품 가격 상승으로 돌아올 것이란 두려움이 미국인들을 덮치고 있다. 옷과 신발부터 아이폰, 게임기, 가구까지 모든 제품이 더 비싸질 가능성이 높다. 제조업 주요 공장들이 이번에 고관세율이 적용된 아시아에 포진한 까닭이다.



업계는 가격 인상률 계산에 나섰다. 나이키의 경우 운동화의 절반 가량을 베트남에서 생산하는데, 베트남에 부과된 관세율은 무려 46%다. 미국 뉴욕포스트는 3일 나이키의 ‘에어 조던1 하이’ 운동화 가격이 최소 10% 인상된 198달러(약 29만원·이하 5일 현재 기준 환율 1459.68)로 오를 것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스테디셀러인 에어포스1 운동화의 경우 115달러(약 16만8000원)에서 최소 126.50달러(약 18만5000원)으로 오른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베트남은 미국이 수입하는 운동화의 3분의 1과 태양전지의 4분의 1을 공급한다. 미국은 의류의 98%, 신발의 99%를 수입에 의존한다. 가전제품은 90% 이상이 수입품이다.



아이폰 최상위 모델 가격은 335만원에 이를 수 있다. 증권사 로젠블랫 시큐리티는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상호관세를 토대로 애플이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할 경우 43%의 가격 인상이 일어날 수 있으며, 최고급 모델 아이폰16 프로 맥스(1TB)의 경우 1599달러(약 233만원)에서 2300달러(약 335만원)로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캄보디아 등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비디오게임기 닌텐도 가격도 오른다. 닌텐도 ‘스위치2’의 미국 발매 가격은 애초 449.99달러(약 66만원)로 잡혔지만, 캄보디아에 부과된 49% 관세를 적용할 경우 가격은 670달러(약 98만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에스앤피 글로벌(S&P Global)의 조사에 따르면 특히 관세에 취약한 제품은 장난감, 비디오 게임, 컴퓨터 부품 및 스마트폰이다.



가구 업계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5일 “미국이 수입하는 가구의 절반 이상을 베트남과 중국이 공급하고 있다. 관세로 인한 인상 비용은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란 가구협회 쪽 발언을 보도했다.



미국인들은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시엔엔이 5일 보도한 미국인들이 어떻게 이번 사태에 대응하고 있는지 묻는 기사를 보면, 쇼핑과 외식을 줄이거나 젊은이들은 부모의 집으로 돌아간다는 대답도 내놨다. 음식을 미리 구입해 냉동하거나, 직접 농작물을 재배하는 사람도 있었다.





“타깃(미국의 대형 슈퍼마켓)에서 쇼핑하는 것을 그만두고 ‘쇼핑 블랙아웃(멈춤) 데이’에 동참했다. 중간선거까지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미시간주, 40대 여성)



“출산 뒤 2주만에 일터로 복귀했다. 육아가 임대료만큼 비싸기 때문이다. 물건을 대량으로 사고, 냉동한다. 더 이상 외식도 하지 않는다.” (시애틀, 30대 여성)



“중국에서 직물을 수입하는 회사인데 관세 때문에 올해 사업을 완전히 접게 됐다. 직원 25명이 실업 보험 신청을 할 예정이다.” (일리노이주, 62살 남성)



“부모님과 함께 살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오면 집세도 절약할 수 있고 부모님의 차를 이용할 수 있다. 트럼프를 뽑은 것을 후회한다. 주식시장에서 모은 돈도 모두 날리게 됐다” (마이애미, 30살 남성)



-CNN 보도 인용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 3월27~4월1일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75%는 관세가 생활용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응답자의 54%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는데, 이는 1월 46%에서 8%p 오른 수치다. 미국 뉴스사이트 ‘악시오스’는 5일 “미국인들은 생활 수준의 붕괴를 목도할 것”이며 “기업들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감원하거나 파산할 것이며 살아남은 기업들은 가격을 올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CNN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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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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