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 위험은 하수도관보다는 상수도관"
거센 물줄기 분출되면서 지하에 '공동' 만들어
“예방 차원은 없어…수도관 신속히 교체해야”
상수도관 균열, 땅 밑에 공동 만들어
지난달 25일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도로에서 전날 발생한 대형 땅꺼짐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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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강동구 명일동에서 발생한 싱크홀 발생 지점 아래에는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또 사고 지점 인근의 상수도관에서도 누수가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를 조사한 소방 당국은 현장 브리핑에서 "상수도관이 파열돼 수도가 새어 나왔다"며 "땅에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당국은 굴착 공사와 수도관 파열이 지반 약화로 이어졌는지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실제로 오래된 상수도관은 잇단 싱크홀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국토부 조사위 외부 패널로 활동했던 한 전문가는 "상수도관은 압력관이기 때문에, 지하에 매설된 노후 상수도관에 균열이 발생하면 지층 내 피해가 커진다"며 "관의 균열 부위에서 물이 분출되면서 지하에 있는 지반층이 유실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상수도관. 서울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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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관은 크게 상수도관과 하수도관으로 나뉜다. 하수도관은 쓰고 난 물을 처리장으로 흘려보내는 시설이기에 파열이 발생해도 피해는 크지 않다. 하지만 상수도관은 물을 각 가정에 공급하는 압력관이기 때문에 강한 수압으로 물을 분출한다. 상수도관의 균열을 통해 뿜어져 나온 거센 물줄기는 땅을 깎아내리는데, 이로 인해 만들어진 지반의 빈 구멍이 지하 공동이다. 지하 공동 때문에 약해진 지반이 가라앉으면 싱크홀이 된다.
공동 찾는 GPR로도 한계 뚜렷…"완전 예방은 없어"
지하 공동은 지표투과레이더(Ground Penetrating Radar·GPR)라는 첨단 센서를 활용해 조기에 감지할 수 있다. GPR은 지하를 통과하는 특수한 전자파를 쏴, 땅을 파지 않고도 지하의 지형 정보를 알아내는 장비다. 이 장비를 활용해 지층의 빈 곳, 즉 공동의 형태나 대략적인 거리를 파악할 수 있다.
시는 2015년 국내 최초로 GPR을 도입했다. 이후 GPR을 다루는 전문가들로 전담팀을 구성해 GPR 탐사법으로 서울 내 지하 공동 전수조사를 벌였으며, 2023년까지 약 10년에 걸쳐 6394개의 공동을 발견했다. 감지한 공동은 흙을 채워 다시 메우는 방식으로 싱크홀을 예방해 왔다. 실제 서울시 싱크홀 발생 건수는 2016년 57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점차 감소해 2023년엔 23건까지 내려왔다.
서울시가 보유한 지표투과레이더(GPR) 탑재 차량. 서울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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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GPR 검사법으로도 싱크홀을 다 막지는 못한다. 전문가는 "GPR이 지하 공동을 찾아내는 효율적인 방법인건 사실"이라면서도 "공동이 GPR의 탐지 사거리 바깥에 있다면 효과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GPR의 지하 투과 거리는 3~4m에 불과하고, 공동 밑이나 위에 지하 구조물, 시설물 따위가 가로막고 있어도 감지할 수 없다"며 "GPR의 레이더파는 철로 된 시설물을 뚫고 보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싱크홀 예방은 사실상 어렵다"며 "다만, 상수도관의 노후화를 부지런히 파악하고, 빨리 교체하는 게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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