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골목이 다 한국GM 협력업체이고, 저 큰 차량은 다 GM공장 들어가는 차들이에요. 부평의 절반이 한국GM이라고 봐야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에 수십%의 관세를 부과한 지난 3일 인천 청천동에 있는 한국GM(제너럴모터스) 부평 공장. 축구장 136개 면적을 합한 것과 비슷한 약 100만㎡(30만평) 크기의 공장 주변에는 많은 직원과 차량이 오갔다. 이곳에서 만난 한국GM 직원들은 미국의 관세 부과 소식에 불안감을 내비쳤다. 인근 지역 주민들도 한국GM이 관세를 못 버티고 공장 문을 닫을까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미국이 모든 수입 자동차에 25%로 부과한 관세는 3일 오후 1시 1분부터 발효됐다. 한국GM은 국내 생산량의 80% 이상을 미국으로 수출하는데, 관세가 붙으면 미국 내에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GM 입장에서는 굳이 한국에서 차를 만들 이유가 약해지는 것이다.
한국GM 부평공장에서 새로 조립된 차량이 트럭에 실려 공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서일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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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입구에서 경비 업무를 수행하는 최(55)모씨는 “오늘 하루에만 870대의 차량이 공장 밖으로 나갔다. 대부분 수출용이라 여기서 바로 인천항으로 간다”고 말했다. 공장에 들어가던 또 다른 직원은 “올해부터 빨간날(휴일)에는 생산을 멈췄다. 작년에 관세 얘기 나오기 전까지는 365일 돌아가던 곳인데, (관세 얘기가 나오면서) 생산량을 줄인 것이다. 아무래도 불안하다”고 했다.
3일 찾은 인천 청천동의 한국GM 부평공장 전경. /서일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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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복 차림에 안전모자를 쓰고 공장을 나서던 한 협력업체 직원은 한국GM이 철수하면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다른 곳으로도 근무를 나가지만 한국GM이 메인이라 (철수하면) 일자리가 사라지는 거다. 우리와 비슷한 전기 공사업체는 5~6곳이지만 다른 건축·설비 업체가 정말 많아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한국GM 부평공장 직원들이 점심 식사를 마치고 회사로 복귀하고 있다./서일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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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되자 공장 서문 인근의 식당가로 사람들이 몰렸다.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36)모씨는 “점심뿐만 아니라 한 번에 몇십만원씩 매출이 나오는 저녁 회식도 도움이 많이 된다”면서 “만약 (한국GM이) 빠진다면 피해가 아주 크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GM이 나가면 다른 기업이 들어올 것이란 말도 있는데, 군산처럼 될 수도 있고 쇼핑몰이 들어와도 우린 타격”이라고 말했다.
한국GM 부평공장 주변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김(55)모씨는 “점심 손님 대부분이 공장 직원”이라면서 “(한국GM 철수설은) 좋은 일이 아니라 다 말을 아끼고 쉬쉬한다”고 했다. 또 다른 한식집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김(35)모씨는 “방금까지도 손님 대부분은 GM 분들이었다”고 했다.
청천동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엄경선(52)씨는 “군산공장이 폐쇄됐을 때 이곳으로 발령 난 분들이 많아 거래가 늘었었다”며 “오는 고객의 20% 정도밖에 되진 않지만 (한국GM이 떠나면) 이 지역 상권에 타격은 확실히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청천동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지도를 통해 본 한국GM 부평공장 부지. 축구장 136개와 맞먹는 크기다./서일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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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철수가 현실화되지 않기를 바라는 모습이다. 인근 공기업에서 근무하는 정현일(37)씨는 “한국GM은 부지도 크고 협력업체도 많다. 부평의 5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떠나지 않고 잘 돼야 한다”고 말했다. 택시 기사 이(70)모씨는 “직원, 협력사에 가족까지 합치면 딸린 식구들이 수만 명”이라며 “한국GM이 철수하면 부평과 인천뿐 아니라 국가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했다.
3일 찾은 인천 청천동의 한국GM 부평공장 담벼락에 그려진 자동차 그림들. /서일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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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GM은 8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철수를 거론하면서 정부 지원을 유도했다. 이번에도 관세를 명분으로 철수할 가능성이 꽤 높은 편”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자동차는 전후방 연계가 큰 산업이고 GM의 수출량이 35만대 정도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일자리를 잃는 것보다 관세와 상계시킬 수 있을 정도의 임금 삭감을 받아들이는 게 합리적이고 유일한 선택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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