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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학 이어 수업 참여 의대생 갈수록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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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연세대 본과 4학년 참여율 각각 65%·47% 달해

강경 의대생 단체에서 ‘수업 거부’로 대정부 투쟁을 이어가는 가운데,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주요 의대 본과 학생들 위주로 수업 참여율이 40~60%대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예과생(1·2학년)들의 수업 참여율은 낮지만 ‘수업 거부’라는 의대생 ‘단일 대오’는 깨지고 있는 것이다.

3일 서울 연세대 의대 건물로 학생이 들어가고 있다. 이날 서울대·고려대를 포함한 주요 의대의 일부 학년에서 수업 참여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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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대는 본과 4학년 111명 중 72명(64.8%)이 의대 수업을 듣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세대는 본과 4학년 93명 중 44명(47.3%)이 수업에 참여 중이고, 본과 3학년도 비슷한 상황이다. 고려대는 본과 2학년 74명 중 47명(63.5%)이 강의실로 돌아왔다. 다음 주부터 본격 시작되는 임상 실습을 앞두고 유급 처분을 걱정한 본과생들이 대거 수업에 복귀한 결과로 풀이된다.

대학가에선 주요 대학을 시작으로 다른 의대에서도 수업 참여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에도 의대생 단체 주도로 ‘미등록 투쟁’ 움직임이 일었지만 정부와 대학들이 학칙대로 제적한다는 원칙을 고수하자 주요 의대부터 ‘전원 복학’으로 기운 바 있다.

한편 “수업을 거부하는 학생들은 원칙대로 유급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학가에서 커지고 있다. 서울의 한 의대 관계자는 “의대 교육 정상화가 절박한 만큼 ‘유급’을 원칙대로 적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학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루빨리 수업에 복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세대 의대 교수 517명은 이날 단체 성명을 내고 “용기를 내어 학교로 돌아온 이상 젊음의 소중한 시간을 희생하지 말고, 수업에 참여하여 주길 희망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그래픽=이진영


◇“수업 불참 땐 유급, 원칙 확실히 해야 의대생 돌아올 것”

주요 의대 본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수업 참여율이 높아진 것은 더 이상 수업에 빠지면 ‘유급’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대는 3일 본과생들의 병원 실습을 시작했다. 서울대, 연세대는 다음 주 실습이 시작된다. 대학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전체 실습 일수의 4분의 1 또는 3분의 1을 빠지면 성적과 관계없이 유급 처리된다. 의사 면허 자격 시험인 국가고시에도 응시할 수 없다.

주요 대학들은 최근 학생들에게 이런 점을 알리며 수업 참여를 호소했다. 고려대는 1학기 개강일(3월 4일)이 아닌 복학 신청 마감일인 3월 31일을 수업 시작일로 하고, 이를 기준으로 수업·실습 일정의 3분의 1을 빠질 경우 유급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학사 원칙을 의대생들에게 안내했다. 연세대도 오는 7일 시작되는 임상 실습을 앞두고 사전 강의를 진행하며 “본과생은 해당 수업을 이수하지 않으면 교수 판단에 따라 학기 중 유급 통보를 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의대는 보통 전공 과목 하나라도 F를 받으면 유급된다. 본과생들의 실습은 모두 전공 과목이기 때문에 교양 수업을 주로 듣는 예과생들보다 부담이 크다. 본과 3·4학년은 강경한 의대생 단체 지도부들보다 선배인 경우가 많아 예과생들에 비해 압박을 덜 받은 측면도 있다.

정부와 대학들은 지난해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을 받아준 데 이어 올해도 대규모 제적을 막기 위해 개강일과 등록금 납부일을 늦춰준 바 있다. 그 결과, 3일 기준 전국 의대 40곳 중 39곳에서 전원 등록금을 내고 복학 신청을 마쳤다. 대규모 제적을 피한 것이다.

전국 의대에서는 수강 신청과 시험 기간 일정 등을 연기했고, 일부 학교에선 출석 확인 절차 없이 온라인·동영상 수업으로 강의를 대체하고 있다. 이에 다른 학과 학생들 사이에선 “왜 의대생에게만 과도하게 특혜를 주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일부 학교 측이 수업을 거부하는 학생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기류도 있다는 것이다. 성균관대는 학생 대다수가 수업 거부로 최근 유급 대상이 됐는데도 처리를 미루고 있다. 최근 수업에 복귀한 서울 지역의 한 의대생은 “학생들이 수업에 들어오게 하려면 대학이 원칙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수업을 거부하는 학생이 유급되지 않으면 복귀한 학생만 욕을 먹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본과생들은 유급 우려 등으로 수업 참여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예과생들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지난 2일 자체 조사 결과, 전국 40개 의대 중 15곳의 평균 수강률이 3.9%라고 주장했다. 대체로 예과생들은 강의를 듣는 비율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의대 교수는 “저학년 학부생들에겐 의대 교수보다 전공의가 더 무서운 존재”라며 “일부 강성 전공의들이 의대협을 통해 학부생에게 수업 복귀를 하지 못하도록 압박하고 있어 수업 복귀 문제가 쉽게 풀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일부 수업 복귀가 이뤄지는 가운데 의대생들 사이에선 4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 결과를 본 뒤 수업 거부 지속 여부를 결정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복귀할 경우 교육부가 내놓은 ‘내년도 증원 0명’ 조정안에 변동이 생길 가능성이 있어 헌재 선고 전에 수업 복귀 여부에 대해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연세대 의대 교수 517명은 이날 단체 성명에서 “학장단이 학사 정상화 추진 과정에서 원칙을 지키고자 했던 학사 일정에 대해 대학의 취지를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소통이 충분하지 않아 학생들이 받았을 심리적 부담과 상처를 이해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장단에 “향후 학생 의견을 반영하는 구조를 마련하기 위해 학생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미복귀 의대생에 대한 제적 처분이 이뤄질 경우 의사들의 휴진·파업까지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학생 제적이 현실화하고 있어 여러 투쟁 방식을 논의 중”이라며 “집회와 휴진 파업을 모두 고려하고 있고 이미 날짜를 포함한 기본적인 투쟁 계획을 확정했다”고 했다. 의협 측은 “미등록, 수업 거부 등으로 제적 위기에 놓인 의대생이 수백에서 수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최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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