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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김정은과 소통 중”... 北 유엔대표부와 접촉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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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컨트리 가수 키드 록(왼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암표 거래 제한 행정명령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 명령은 공연 입장권을 선점한 뒤 비싸게 되파는 행위를 제한해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키드 록은 암표 근절을 위한 초당적 협력을 촉구해 왔다./UPI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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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1일(현지 시각)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남 가능성에 대해 “어느 시점에 무엇인가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에게 연락(reach out)할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 “그렇다(I do)”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소통이 있다”고도 했다. 지난 1월 취임 직후 “김정은과 관계를 맺겠다”며 협상 재개 가능성을 시사한 그가 북한과 소통 중이라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

조선일보

그래픽=백형선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김정은 관련 질문을 받으면 단답형으로 짧게 답했지만, 이날은 과거 사례를 언급하는 등 50초 가까이 설명했다. 그는 “여러분은 이 말을 듣기를 싫어하지만, 나는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면서 “그와 환상적으로 잘 지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2017년엔 김정은을 ‘리틀 로켓맨(Little rocket man)’이라 부르고 북한도 거친 언사를 퍼붓는 등 양측 간 긴장감이 오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어느 날 그들이 만나고 싶다고 전화를 해왔다”면서 “그렇게 우리는 만났고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북 간 접촉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소통하고 있다(we have, there is communication)”면서 “그것은 매우 중요하다. 북한은 큰 핵 국가(big nuclear nation)이고 그는 매우 스마트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2019년 판문점에서) 군사분계선에 발을 디뎠으며 선을 넘어갔다”면서 “그때 비밀경호국(SS)이 이를 좋게 봤는지는 모르겠다. 그들은 많이 좋아하지는 않았다”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통’과 관련한 구체적 설명은 하지 않았다. 과거형인지 현재 진행형인지도 불분명하다. 다만 외교가에서는 만약 실제로 미·북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면 ‘뉴욕 채널’이 창구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뉴욕 채널’은 미 영토에서 북한이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주재하는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를 가리키는데, 지난 수십 년간 주요 사건 때마다 협상 창구로서 역할을 해왔다. ‘스위스 채널’ 가능성도 거론된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스위스 주재 대사로 최선희 외무상의 ‘오른팔’로 알려진 조철수 대사를 지명했다. 조 대사는 올 1월 스위스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출해 공식 활동을 개시했다. 조 대사는 2019년 하노이 협상 당시 최선희 당시 제1부상을 보좌했다. 당시 조 대사는 북미국장으로 미·북 실무 협상에 참여했으며, 이후 국제기구국장 등을 역임하며 미국과 서방국, 유엔기구를 상대로 북의 입장을 대변해왔다.

이용준 전 외교부 북핵대사는 1일 본지 통화에서 “뉴욕 채널을 통해서는 상시 접촉이 가능하기 때문에 미 정부가 우선적으로 이곳을 통해 대화 물꼬를 트려 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북한이 현재로선 반응하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관계를 반복해 언급하는 건 우호적 메시지를 보내 향후 협상 재개 카드를 살려 놓으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임기 때 그는 미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미·북 정상회담을 하며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는 2018년 6월 싱가포르 회담,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6월 판문점 회담 등 총 3차례 김정은을 만나 북한 비핵화 협상을 벌였다. 미국은 북한의 전면적 비핵화 원칙을 고수한 반면, 북한은 일부 핵시설 동결 대가로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해 협상은 결국 결렬됐다.

하지만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시도만으로 노벨평화상 후보로 거론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2기 때는 협상 문턱을 낮춰 영변 등 일부 핵시설 폐쇄만으로 제재를 완화하는 ‘스몰 딜(Small deal)’을 통해 다시 한번 노벨상을 노릴 것이란 말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등과 함께 국제 분쟁 해결사·조정자 역할을 하려 한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이 비핵화를 전제로 한 협상은 거부하고 있어, 미국이 비핵화 원칙을 내려놓지 않는 한 대화 재개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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