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 시간)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구조대원들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을 수색하고 있다. 2025.03.31 만달레이=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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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발표보다 사망자와 실종자 수가 훨씬 많을 겁니다. 군부가 엄격하게 정보를 통제하는 지금 상황에서는 아무도 정확한 숫자를 모르니까요.”
1일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의 아웅산 장군 공원에서 만난 시민이 기자에게 당국의 정보 통제를 비판하며 한 말이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달 28일 제2도시 만달레이 인근에서 발생한 규모 7.7의 강진으로 1일 기준 2719명이 숨지고 4521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400명 넘게 실종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주요 현지 매체는 지난달 31일에 사망자 수가 3000명을 넘었을 것이고 부상자 수 또한 당국 발표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또한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1만 명을 넘을 가능성을 71%로 추산했다.
시민들은 군부가 재난 대응 미숙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사망자와 실종자 수를 제대로 밝히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군부가 다른 도시에서 만달레이로 진입하려는 시민들의 움직임을 막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얀마 안팎에선 만달레이 일대에서 인터넷과 전화 등이 잘 안 되는 이유도 군부의 정보 통제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2021년 2월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가 권위주의 통치로 일관하고 있음에도 양곤 일대에서 만난 시민들은 군부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그만큼 군부에 대한 불만이 큰 것이다.
특히 고질적인 경제난을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불만이 컸다. 양곤에서도 정전이 수시로 발생할 만큼 미얀마의 경제 사정이나 사회 인프라는 열악하다. 시민 치나잉 씨는 “대부분의 나라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가 회복됐지만 미얀마 성장률은 (군부가 집권한) 2021년부터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실종자 구조가 원활하지 않고 재건 사업 역시 제대로 진행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위성에 탑재한 장거리 카메라와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피해 현황을 분석한 결과 만달레이 일대의 건물 대부분이 파괴됐다.
또 양곤에서 행정 수도 네피도로 가는 도로 역시 곳곳이 훼손됐고 가드레일 등이 무너졌다.
지진 발생 직후 양곤에서 350km 떨어진 네피도까지는 차량으로 10시간 이상 소요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1일 기준으로 차량 통행이 크게 줄어들어 평소처럼 5시간대가 됐다. 지진으로 인해 경제가 멈추면서 도로를 오가는 트럭과 업무 차량도 사라지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운 가운데 경제가 사실상 멈췄다는 반응이 나온다.
● 군부, 반군 거점 사가잉 구호 외면
해외 언론은 군부가 반군 거점 지역에는 고의적으로 지진 피해 복구 작업을 지원해주지 않는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이코노미스트 등은 이번 지진으로 만달레이 못지않게 피해를 입은 사가잉이 반군 거점이라는 이유로 군부가 이 지역으로의 접근을 차단하고 구호 물품 또한 제대로 지원해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곤 도심에서 만난 한 시민도 “반군 지역의 지진 피해 복구가 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지진 후에도 사가잉 일대에서의 시신 악취가 심하다는 현지 소식을 감안하면 이 지역의 사상자 규모가 실제로는 훨씬 클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
군부는 지진 발생 전에도 반군에 우호적이라는 이유로 만달레이에서만 최소 3개의 민간 병원을 폐쇄했다. 지진 후에는 남동부 카인주, 동부 샨주에서 반군을 상대로 공습도 감행했다. 카인주는 소수민족 반군 카렌민족연합(KNU)의 근거지다.
양곤 =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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