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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6 (일)

진실화해위, ‘사법 학살’ 고 백락정 진실규명 취소 이의신청도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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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백락정의 생전 사진. 백남선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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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국방경비법에 따른 군법회의 사형판결문이 뒤늦게 발견됐다는 이유로 재조사 끝에 진실규명을 취소한 고 백락정(1919년생) 유족의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진실화해위는 1일 제103차 전체위원회에서 ‘충남 남부지역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사건 중 진실규명대상자 고 백락정 사건의 진실규명결정취소 및 신청각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의 건을 놓고 표결 끝에 기각했다. 박선영 위원장과 이옥남 상임위원, 차기환·장영수·김웅기 위원이 반대했다. 이의신청 관련 보고서를 작성한 조사4과도 기각 의견으로 안건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4과는 이옥남 상임위원과 황인수 조사1국장의 지휘를 받는다.



1일 오후 서울 중구 진실과화해위 제103차 전체위원회서 박선영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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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7월 충남 남부지역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의 희생자로서 대전 골령골에 묻힌 것으로 2023년 11월 진실규명 결정이 내려진 고 백락정은 국방경비법에 따른 군법회의 사형판결문이 뒤늦게 발견되며 지난해 9월 재조사가 의결됐다. 이어 지난해 12월3일 진실화해위 전체위원회는 야당 추천위원들이 항의하며 퇴장한 가운데 진실규명 결정 취소 및 신청 각하 심의·의결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고 백락정의 조카 백남식씨는 올해 1월7일 진실규명 취소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진실화해위에 이의신청서를 접수한 바 있다.



백씨는 △과거사정리법에 진실규명 결정 취소규정이 없고 △국방경비법 제32조(적에 대한 구원·통신·연락 또는 방조)는 법문이 명확하지 않아 죄형법정주의를 위배하고 있고 △이 사건 고등군법회의는 5명이 아닌 3명의 심판관만이 참여해 위법한 데다 판결 이유도 적시하지 않았으며 △출소사유가 사형 출소가 아닌 사망 출소라고 기재되어 있으므로 학살되었을 가능성에 대해 검토를 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진실규명 결정 취소’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의신청서를 검토한 조사4과는 고 백락정에 대한 판결은 국방경비법에 의한 군법회의 중 최상급 군법회의인 고등군법회의에서 선고된 것으로 확정판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한국전쟁기 국방경비법에 의한 군법회의 판결을 사실상 집단학살을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판단한 1기 진실화해위와 달리, 2기 진실화해위는 전임 김광동 위원장 취임 이후부터 다른 판단을 해왔다. 고등군법회의 판결을 합법적이라고 본 것이다. 과거사정리법에 따르면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은 사건은 재심사유가 있는 경우 외에는 진실규명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난해 2월14일 한국전쟁기 충남 남부지역 희생자 유족 백남식·백남선(왼쪽 둘째, 셋째)씨와 이명춘 변호사(왼쪽서 넷째)가 김광동 진실화해위 위원장에 대한 형사고소장을 접수하기 직전 기자들에게 고소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맨 왼쪽은 백남식씨의 조카 백창균씨.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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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정 시기 군인을 처벌하기 위해 만든 국방경비법에 따른 민간인 재판은 단심제로 40일 이내 사형을 집행해 위헌 논란 속에서 제주 4·3사건과 여순사건 희생자 재심에서는 인정받지 못했다. 1기 진실화해위도 2009년 ‘부산·경남지역 형무소 재소자 희생 사건’ 진실규명 보고서에서 군법회의 판결을 사실상 집단학살을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고 백락정이 재판을 받았다 해도 ‘사법적 학살’이 명확한 사안이라 진실규명을 취소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아울러 진실화해위는 고 백락정 유족의 이의신청을 기각하며 2001년 헌법재판소가 국방경비법의 유효한 성립을 인정함이 합리적이라고 판시하였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실제 헌법재판소는 △단심제 △40일 이내 집행 △민간인 재판 등 국방경비법의 다른 쟁점에 대해선 위헌 여부를 다룬 적이 한 번도 없다.



고 백락정의 아들 백남선(78)씨와 조카 백남식(75)씨는 지난해 11월 고등군법회의의 국방경비법 위반죄 판결에 대한 재심 신청을 대전지법 홍성지원에 내 현재 절차가 진행 중이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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