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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3 (목)

[취재석] '점입가경' 정국…개헌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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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은혁 임명 두고 국무위원 줄탄핵 발상까지…여야 모두 눈앞 이익만
거부권 정국-계엄-내각·사법부 겁박까지 87체제 한계 명확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광화문 천막당사에서 앞에서 윤석열 즉각 파면을 위한 재정당 전국 긴급 집중 행동 선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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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점입가경(漸入佳境). 지금 정치판의 행태를 정확히 표현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에 사활을 걸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재판관들의 평의가 길어지는 상황을 심상찮게 바라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를 위해 민주당이 내놓은 방법은 극단적이기 이를 데 없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1일까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을 경우 '중대결심'을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는 한 권한대행에 대한 재탄핵 추진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다수다. 이에 앞서 민주당 초선의원들은 한 권한대행 탄핵과 함께 이후 권한대행 승계자도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즉시 탄핵하겠다고 경고했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줄탄핵으로 국무위원을 몰살시킬 수도 있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켰을 때 가장 먼저, 크게 터져나온 목소리는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었다. 민주당의 지금 행태도 같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미 비상계엄 사태와 정쟁으로 국정 상당부분이 마비된 상황에서 구미에 맞는 인사가 맡을 때까지 국가 행정 수반을 갈아치운다는 계획에 기꺼이 동조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윤 대통령 지지층이 강하게 결집한 지금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략 10명 중 6명이 탄핵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을 헌법이 보장하는 대통령의 권한이라는 입장이지만 계엄은 그렇게 쓰라고 부여한 권한이 아니라는 것이 다수 국민들의 판단이라는 의미다. 민주당의 한 권한대행 재탄핵과 줄탄핵 시나리오도 그렇게 쓰라고 국회에 부여한 탄핵소추 권한이 아니라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기계적인 법·권한 활용이라는 우를 똑같이 범하게 되는 셈이다.

그런데 이렇게 눈앞의 이익만을 좇는 정쟁이 이어지면서 반드시 논의가 필요한 화두가 묻히는 모습이다. 바로 개헌이다. 극심한 정쟁과 비상계엄, 삼권분립 체제 위협까지 지금까지 흘러온 과정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제왕적 대통령제 그리고 '87체제'의 한계다.

윤석열 대통령이 2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후진술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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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소야대 정국에서 윤 대통령은 재의요구권(거부권)이라는 대통령 권한을 유례없이 자주 사용했다. 야당 역시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헌법기관장부터 부처 장관, 검사까지 가리지 않고 탄핵심판대에 세웠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꺼내들었고, 이후에는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적 이득을 위해 사법부와 행정부를 뒤흔드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대통령도, 여야도 법적으로 '할 수 있으니까' 다 하는 모양새다.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거부권과 법률안 제출 권한, 공무원을 비롯해 각종 헌법기관, 사법부의 인사권, 계엄선포권 등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줄을 이었다. 다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별다른 견제 수단 없이 탄핵소추를 지속할 수 있다는 문제점도 드러났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이제는 개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던 당시 잠재적 대선주자들을 비롯해 여의도 곳곳에서 이 화두를 제시했다. 또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 최후진술에서 직무복귀를 전제로 임기단축 등을 포함한 개헌을 제안하자 여당을 중심으로 다시 이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다만 윤 대통령의 제안은 진정성 측면에서 유리한 판결을 얻어내기 위한 언급일 뿐이라는 지적에 이내 힘을 잃었다. 또한 탄핵심판 선고가 지연되고 여야 정쟁이 더욱 극단으로 치닫으면서 이제는 어느 누구도 개헌 얘기를 입에 담지 않는 분위기다.

지금껏 드러난 문제점을 고치지 않는다면 최근 대한민국이 겪은 극단적인 정쟁 속 국정 마비 사태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1987년 이후 변화한 정국과 현실, 민심을 반영해 체제 자체를 보완하려는 노력이 위정자의 잘잘못을 가리는 일 만큼이나 중요한 이유다.

hone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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