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산불 때도 피해 키운 요인으로
30일 경북 안동시 임하면 추목리에서 산불 피해 주민들이 전소된 집을 살펴보고 있다. 안동=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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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발생 때마다 임도(숲길) 부족, 우왕좌왕 대피 체계, 부족한 장비와 인력, 관리가 안 돼 불쏘시개로 전락한 숲은 산불 피해를 키운 주원인으로 지적됐다. 경북과 경남에서 대형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낸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항상 존재했지만 개선되지 않은 기존 산불 대책의 많은 허점들이 재확인됐다. 사망자 30명을 비롯해 역대 최대 인명 피해가 났고, 산림녹화 성공국으로서 그 과정과 경험을 담은 '산림녹화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던 상황이라 충격은 더욱 크다.
임도 없는 무성한 숲 '산불 연료'
지난 27일 야간에 경남 산청군 시천면 야산에서 산불이 거세게 확산하고 있다. 산청=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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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경남 산청 산불 주불을 끄며 일단락된 최악의 산불 배경에는 역설적으로 한국의 성공적인 산림녹화가 있다. 나무심기 캠페인 덕분에 숲은 울창해졌지만 이후 산림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숲은 산불이 났을 때 연료가 됐다. 이규태 한국산불방지협회장은 "치산녹화 사업 덕에 1972년 1ha당 11㎥에 불과했던 산의 나무량(임목축적량)은 2021년 165㎥로 무려 15배나 증가했고, 이후에도 매년 최소 3%씩 늘고 있다"며 "관리되지 않은 숲에 축적된 나무가 산불 위험도를 끌어올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산불방지협회에 따르면 목재 연료가 1㎡당 4.5kg인 강원 강릉시의 한 산림은 산불 위험이 '매우 높은' 등급으로 분류됐지만, 1㎡당 1㎏에 머문 춘천시 산림 위험 등급은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이 회장은 "기후변화, 지형, 나무 종류 및 입목량 등 산불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사람이 손쓸 수 있는 것은 수종 전환과 입목량 조절"이라며 "그를 위해선 임도(숲길)가 필수적이고, 그렇게 설치된 임도는 산불 확산 저지 및 지화에도 큰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임도 설치가 산불 진화 대책
지난 29일 경북 산불 진화 지원에 나선 육군 50사단 장병이 대열을 갖춰 잔불을 살피고 있다. 육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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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관리의 기계화를 가능케 하고, 산림경영을 위해 필수적인 임도는 산불 진화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지형이 험한 우리 산지에서는 낮 시간대 공중 진화에 주로 의지하는데, 임도가 있다면 지상 장비와 인력을 동원한 야간 산불 진화 작업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2023년 3월 8일 경남 합천군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급속히 확산했지만 야간에 임도를 통해 투입한 장비와 인력의 밤샘 진화로 조기에 주불을 잡을 수 있었다. 당시 산불 진화를 지휘한 산림청 관계자는 "일몰 때 10%에 불과했던 진화율을 이튿날 오전 5시쯤 92%로 끌어올렸다"며 "합천 산불 진화는 전적으로 임도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울산 울주군 언양읍에서도 산불이 났지만 임도가 있어 조기 진화에 성공한 반면 임도가 발달하지 않은 울주군 온양읍 산불은 오래갔다. 우리나라 임도는 1㏊당 3.6m로, 미국(9.5m), 독일(45m), 오스트리아(50.5m)에 못 미치고 산림 면적 비율이 비슷한 일본(23.5m)과 비교해도 크게 낮다.
소방 대응력 향상, 대피 체계도 개선해야
영남지방 산불 피해. 그래픽=신동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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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지역 단위 소방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는 점도 이번 산불로 확인됐다. 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북 영양군에는 지난달 처음 영양소방서가 개소했을 정도로 그간 산불 대책이 미흡했다. 영양소방서는 소방공무원 106명과 의용소방대 195명, 소방차량 25대를 갖췄다. 그러나 815.10㎢에 달하는 넓은 면적과 짧지 않은 구역별 이동 거리를 감안하면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번처럼 산불이 초고속으로 확산할 경우 보다 정교한 대피안내 문자 발송 등이 요구된다. 이 지사도 "이상기후에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화대 실전 능력 키워야
경남 산청군에서 발생한 산불 주불 진화를 완료한 30일 산불진화헬기가 시천면 구곡산 일대에서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산청=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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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는 소방 업무에 투입되는 인력들에 대한 구체적인 임무 분담을 위한 사전 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안동시의 한 의용소방대원은 "확산 초기 만휴정에 출동해 현장을 지켰는데, 뒤늦게 안동시 공무원들이 왔지만 실제 진압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앞으로 경험 부족을 이유로 현장에서 우왕좌왕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성군의 한 의용소방대원도 "소방 호스를 잡고 사진만 찍고 사라지는 경찰과 공무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화가 났다"며 "매뉴얼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 대응력을 높일 수 있는 실전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안동·의성=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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