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03 (목)

미 정부, 외국 기업에도 ‘차별 정책’ 강요…“미친 강자의 법칙”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다양성(DEI) 정책을 폐기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소수자 배려 등의 다양성(DEI) 정책에 반대하는 자신들의 정책을 외국 기업에도 강요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정부와 계약을 맺은 프랑스 등 유럽연합 기업들에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 프로그램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준수할 것을 요구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 등이 29일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조처는 자신들의 반다양성 정책을 유럽 등 외국에게도 강요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트럼프 행정부는 이들 기업들에 “연방정부의 해당 차별금지법 준수에 관한 인증”이라는 설문지가 담긴 서한을 보내, 작성하도록 했다고 프랑스 경제신문 레제코가 처음으로 보도하며 알려졌다. 유럽연합 회원국의 미국 대사관들이 주재국 기업들에 발송한 이 서한에서는 미국 정부의 공급자이거나 서비스 제공자라면 트럼프 대통령의 반다양성 행정명령이 미국 밖에서도 적용된다고 밝혔다. 서한은 “국무부 계약자들은 해당 차별금지법을 위배하는 다양성 증진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는다고 인증하고, 그러한 인증이 정부의 보수 지급 결정의 자료가 될 것에 동의해야만 한다”고 명시했다.



서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 14173호 ‘불법 차별 종식 및 능력 기반 기회의 복원’이 국적 및 운영 국가와 관계없이 모든 미국 정부의 공급업체 및 서비스 제공업체에 적용된다”고 적혀있다. 서한에 담긴 질문지는 또 “이 문서를 5일 이내에 작성 및 서명하여 이메일로 회신해 주시기 바라며,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우리 법률팀에 전달할 수 있도록 상세한 이유를 제공해 주시기 바란다”고 명시했다.



이 질문지는 받은 기업들이 어떤 기준으로 선정됐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프랑스 국영통신 기업인 오랑주는 이 질문지를 받았는데, 미국 내 사업장은 없다. 반면, 미국 내 사업장을 운영하는 방위산업 전자업체인 탈레스와 에너지 대기업인 토탈에너지는 이를 받지 않았다. 동부 유럽 회원국에 주재하는 미국 외교관들도 이 서한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져, 동부 유럽 국가의 기업들도 수령한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대외무역부는 성명에서 “미국이 프랑스 기업의 포용 정책에 개입하고, 부당한 관세 위협을 가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프랑스와 유럽은 자국 기업과 소비자, 그리고 우리의 가치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파리의 한 고위 금융인은 파이낸셜타임스에 그 서한에 충격을 받았다며 “미쳤으나, 모든 것이 가능하다. 강자의 법칙이 이제 지배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신들의 반다양성 정책을 프랑스 등에 강요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프랑스에서는 미국과는 달리 인종 및 민족성에 관한 자료 수집이 금지돼서, 미국식의 다양성 프로그램의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종업원 채용과 승진에서 인종 및 민족성 고려가 금지된다. 프랑스에서 사회경제적 평등 추구는 성별이나 소득 등 사회경제적 배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 취임 전까지 미국에서는 인종 및 민족성과 관련한 자료를 수집하고 추적에 바탕을 둔 다양성 목표를 설정하는 등의 다양성·평등성·포용성(DEI) 정책을 공식적으로 도입하고 권장해왔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실시간 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