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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 끼니 챙기는 이재민… 무료로 침 놓는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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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벗고 나선 자원봉사자들

산불이 덮쳐 폐허가 된 마을에도 온기는 흘렀다. 집을 잃고 체육관에 머물고 있는 이재민과 진화 작업에 지친 대원들을 위해 전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모였다.

28일 오전 경북 청송군 문화예술회관에 마련한 대피소에선 최수빈(49)씨 등이 계란말이와 동그랑땡을 부치고 있었다. 최씨 역시 이번 산불로 집을 잃은 이재민이지만 대피소에서 밥을 짓고 있다. 최씨가 사는 2층 집은 지난 25일 완전히 불탔다고 한다. 최씨는 “돌아가신 분도 있는데 이렇게 살아남은 게 어디예요. 다같이 밥 짓고 위로하면서 제가 오히려 용기를 얻어요”라고 했다.

경북 의성군 의성체육관 대피소에선 의성군 우리음식연구회 회원 85명과 의성군 새마을부녀회 회원 40여 명이 밥 1000인분을 짓고 있었다. 지난 23일부터 6일째다. 우리음식연구회 회원 김정희(59)씨는 “매일 새벽 4시에 나와 밤 10시에 집에 간다”며 “힘든 분들에겐 음식이 보약이라 황태무침 등 몸에 좋은 반찬을 차리고 있다”고 했다.

경북 안동시 안동체육관 대피소에는 동네 한의사 4명이 임시 한의원을 차렸다. ‘힘든 일로 몸과 마음이 불편하신 분들은 한방 진료소에 방문해 주세요’라는 문패도 달았다. 매일 이재민들의 건강을 살피고 있다. 한의사 김봉현(55)씨는 “이재민 대부분이 고령인 데다 지병을 앓고 계신다”며 “침도 놓고 약도 챙겨드리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것 같았다”고 했다.

요리 명인 안유성씨는 전날 김밥 500줄을 싸서 안동체육관을 찾았다. 그는 작년 12월 ‘제주항공 참사’ 때도 김밥과 전복죽을 만들어 유족들을 위로했다.

20~30대 청년들도 나섰다. 이화여대 지리교육 전공 대학생 8명은 27일 주민들이 대피소를 빨리 찾을 수 있도록 소셜미디어에 안내 지도를 만들어 올렸다. 지도 이름은 ‘작은 힘이 되고자 제작한 산불 대피소 안내 지도’다. 하루 만에 조회가 10만회를 넘었다. 허지현(20)씨는 “중학생 때 친구들이 산불 피해를 본 기억이 떠올랐다”며 “산불이 나면 최대한 빨리 대피하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 청년 봉사 단체인 ‘코리아 레거시 커미티’는 29일 주먹밥 500인분을 만들어 이재민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이 단체 관계자는 “주먹밥을 만들 봉사자 10명을 모집했는데 5분 만에 33명이 몰렸다”고 했다.

[청송=안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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