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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6 (일)

[사설]‘이재명 2심 승복’ 하라더니 불복·색깔론 지피는 여당의 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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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6일 공직선거법 항소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국민의힘이 연일 재판부를 향해 도 넘은 공격을 하고 있다. 당 투톱인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사법부 비난·압박에 앞장서고, 주요 대선 주자·중진·친윤 인사들이 줄줄이 가세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27일 “판사의 정치 성향에 판결이 좌우됐다. 판사들 문해력이 의심된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 정도면 ‘우리법연구회 카르텔이 존재한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며 음모론·색깔론까지 꺼냈다. 2심 선고 전날까지 이 대표에 “항소심 결과에 승복하라”고 다그치던 태도를 180도 바꾼 것이다. 위선이고, 내로남불이고, 이율배반적이다.

대선 주자들도 “무죄를 정해놓고 논리를 만들었다”(홍준표 대구시장), “정치인에게 주는 거짓말 면허증”(한동훈 전 대표)이라고 앞다퉈 사법부를 비판했다. 28일에는 친윤 중진 김기현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어 “억지스럽고 기괴한 논리로 판결의 의도성이 의심된다”고 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사실상 사법 내전 상태”라고 선동했고, 나경원·윤상현 의원은 대법원이 속히 파기환송하라고 압박했다.

1심에서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사건이 2심에서 무죄로 뒤집히니 여당에선 불만스러울 수 있다. ‘이재명 유죄’를 전제로 짠 조기 대선 전략이 꼬이고 ‘닭 쫓던 개’ 꼴이 된 충격파가 컸을 수도 있다. 그러나 법리가 아니라 감정적으로,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법원 판결을 비난하는 것은 사법시스템을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러고도 법치를 수호하겠다는 보수정당이라고 할 수 있나. 3심제인 사법부의 독립은 법관의 독립이다. 목소리 높이는 여당 인사 대부분이 판사·검사·변호사를 지낸 법조인 출신이라니 개탄스럽다. 낙선한 대선 후보에 대해 과도한 수사·기소를 한 ‘윤석열 검찰’의 행태를 자성하는 게 먼저 아닌가.

국민의힘은 지난 1월 법원이 내란 수괴 윤석열의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발부했을 당시 해당 판사를 거칠게 비난했다. 서부지법에 폭력을 휘두른 난동 세력들을 비호했고, 관행을 깨고 윤석열을 구속취소한 판사는 적극 옹호했다. 입맛 따라 이뤄지는 음모론적 사법부 비판과 도 넘은 법관 공격은 공당이 취할 자세가 아니다.

이재명 항소심 무죄 이후 국민의힘 일각에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기각 또는 각하로 윤석열이 업무에 복귀하고 대선은 예정대로 2027년 3월에 열리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는 말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국민이 생중계로 본 12·3 내란은 위헌·위법한 증거와 증언이 차고 넘친다. 그 결정을 헌재가 차일피일 미루고 있을 뿐이다. 윤석열은 당장 승복 선언을 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자칫 탄핵심판 불복 선동이 될 수 있는 헌재 압박을 멈추어야 한다. 다수의 탄핵 민심과 엇간다면, 윤석열도 국민의힘도 주권자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판사 출신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판결 결과를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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