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때 지적돼 팔았는데 지난해 또 구매
환율 오르면 수익 나는 미 국채 투자 적절 논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도 미국 지방채 보유 논란
연준, 이해충돌 윤리 강화···파월도 지방채 처분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들이 쓰는 [경제뭔데] 코너입니다. 한 주간 일어난 경제 관련 뉴스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전해드립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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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2억원 가량의 미국 30년 만기 국채에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고위공직자의 미국 국채 투자 자체가 불법이 아닌데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고위공직자의 외국 국채 투자는 불법은 아닙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고위공직자가 직무 관련성이 있는 주식을 3000만원 넘게 보유했다면 처분하거나 백지신탁하도록 규정할 뿐입니다. 고위공직자의 국채 투자는 허용합니다.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도 고위공직자의 주식 보유는 제한하지만, 국채 보유는 허용합니다.
논란은 크게 두가지 갈래입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이해충돌 여부입니다.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한 사적 이익을 취하거나, 관련 자산을 보유하면 이를 사전 신고하고 직무를 회피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경제부총리는 한국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사령탑입니다. 환율이 많이 오르면 외환 개입에 나서는 당국의 수장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되는 겁니다.
지난해 말부터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불안정해졌습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로 원화의 위상이 추락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통상 압력까지 겹쳤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부총리의 미국 국채 보유는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겁니다. 부총리가 ‘강달러’에 베팅했다는 신호라는 거죠.
일단 강영규 기재부 대변인은 “최 부총리는 2017년 공직 퇴직 후 자녀 유학 준비 과정에서 2018년 달러를 보유하게 됐고 보유 중인 달러로 작년 중순 미국 국채를 매입했다”며 “따라서 최근의 환율 변동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습니다.
전문가의 의견은 엇갈립니다.
반면 부총리 개인의 투자가 환율 전체를 움직이는 건 아니기 때문에 이해충돌이 아니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부총리의 국채 투자가 시그널이라면 국민연금 등이 해외 주식과 채권을 사면서 자극하는 환율 부분이 더 큰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홍춘욱 세종대 MBA 겸임교수는 “최 부총리가 재산 약 45억원 중 약 5%(2억원) 정도를 미국 국채에 투자한 것을 두고 비판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기재부 장관이 환율에 미칠 수 있는 정책적 영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미국 국채 보유가 이해충돌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논란이 한국에서만 벌어진 건 아닙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인 2020년 연준이 미국 지방채와 회사채 매입에 1조400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파월은 연준이 지방채를 매입하기 전인 2019년 이전에 샀습니다. 그럼에도 연준 고위공무원의 미 지방채 보유는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파월은 매입 시기를 고려하면 “이해충돌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이 이어졌습니다. 연준의 행동강령은 “자신의 사적 이익, 시스템의 이익, 대중의 이익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거래나 기타 행동을 피하는 데 주의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결국 여론에 밀린 연준은 2022년 윤리규정을 강화해 고위공무원의 국채·지방채 보유까지 막았습니다. 연준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자산 보유를 엄격히 금지했는데요. 주식은 물론이고 가상자산, 국채와 지방채, 회사채 등 모든 채권, 뮤추얼펀드, 파생상품 거래까지 금지했습니다. 연준 고위 공무원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의 투자도 제한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보유 중이던 지방채를 전부 처분해야 했습니다.
최 부총리의 투자 관련 논란은 어떻게 정리될까요.
공은 권익위로 넘어갔습니다만, 한국도 이번 기회에 미국처럼 이해충돌 관련 규정을 강화해 이러한 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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