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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이시바, ‘일본 군부 무모한 전쟁’ 검증 자문기구 만든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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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26일 일본-브라질 경제 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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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차 대전 당시 일본 군부가 왜 무모한 전쟁을 일으켰는지 검증하기 위해 사적 자문기관을 설치할 것이라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1995년 이후 ‘식민지 지배와 주변국 침략에 대한 반성 및 사죄’를 언급해온 총리의 전후 담화는 올해 발표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28일 일본이 2차 대전 당시 침략전쟁을 벌인 것과 관련해 “이시바 총리가 2차 대전의 경위 등을 검증하기 위해 총리 사설 자문기구를 설치하는 방향으로 조정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조만간 ‘전쟁 검증 자문기구’를 구성할 전문가 인선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어 이들의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패전 80년을 맞는 오는 8월15일이나, 연합군 항복문서에 서명한 9월2일께 대국민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언론들은 전쟁 검증 기구가 설치될 경우, 1937년 중·일 전쟁부터 일본이 무조건 항복한 1945년 8월까지 기간을 검증 대상으로 삼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중·일 전쟁에 돌입할 당시 일본 정부가 군부 폭주를 막지 못한 경위, 1945년 3월 미군의 도쿄·오사카 등 대공습 때 대규모 민간인 피해를 막지 못했던 과정, 2차 대전 말 옥처럼 아름답게 부서진다는 뜻의 ‘옥쇄’라는 미명으로 죽음을 강요한 일본군의 작전 방식 등이 검증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1월 국회에서 “왜 그 전쟁을 시작했는가를 검증하는 게 전후 80년을 맞은 올해 중요한 일”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패전 50주년이던 1995년 이후 일본 총리들이 10년 단위로 내던 ‘전후 담화’를 이시바 총리는 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이시바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여당인 자민당 안에서 의견이 갈리는 역사 인식을 거론하면 균열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지난 10일에는 아베 신조 정부 시절 ‘전후 70년 담화' 전문가 회의에 참여했던 기타오카 신이치 당시 좌장대리가 이시바 총리와 만나 전후 80년 담화를 내는 데 부정적인 견해를 전달했다고 한다. 앞서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가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주변국 침략에 대한 반성 및 사죄를 명시한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다.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에 담긴 ‘식민지 지배’, ‘침략’, ‘통절한 반성’, ‘진심어린 사죄’ 등 표현을 계승한 전후 60년 담화를 발표했다. 하지만 2015년 아베 신조 총리는 무라야마 담화 내용을 일부 계승하면서도 “그 전쟁(2차 대전)과 아무 관련이 없는 우리 자식, 손자, 그 이후 세대 아이들에게 사죄를 계속해야 하는 숙명을 짊어지게 해선 안된다”는 내용으로 담화 내용이 후퇴한 바 있다. 이어 전후 80년을 맞은 이시바 총리가 아예 담화를 내지 않는 쪽으로 조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이시바 총리가 전후 80년 담화를 내지 않는 사안이나, 전쟁 검증 전문가 회의 설치를 검토한 사실이 없다”고 언론 보도를 부인했다. 하지만 자민당과 정부 관계자들이 일본 주요 언론사들을 통해 ‘80년 담화’를 내지 않아야 한다는 뜻을 에둘러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보수 정치권 안팎에서 ‘전후 80년 담화’에 비판적 의견을 내는 것과 관련해 “이시바 총리가 담화를 내지 않는 대신 2차 대전 참화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전쟁 검증에 착수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기울었다”고 보도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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