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대피할 수 있게 옷가지 챙겨두고 있다"…며칠째 이어진 산불 위협
일상이 된 마스크…소방관들 "피곤하지만 주민들이 더 걱정"
세계유산 하회마을 보호하는 소방관들 |
(안동=연합뉴스) 천경환 황수빈 기자 = "잘 마무리될 거라고 아무렇지 않은 척 스스로 위안해야 견딜 수 있습니다."
27일 경북 안동 하회마을.
경북북부 산불이 엿새째 꺼지지 않으면서 침울한 분위기가 맴도는 듯했다.
마을은 며칠째 연기에 갇혀있고 메케한 냄새가 진동했다.
곳곳에 배치된 소방 차량은 커다란 시동 소리를 내고 있었고 집집마다 호스 줄이 연결돼 놓여있었다.
세계유산 하회마을 보호하는 소방관들 |
이제는 일상이 된 듯 마스크를 쓴 채 다니는 주민들도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그는 산불이 마을을 덮칠까 걱정이 돼 밤새 뜬눈으로 지새우며 집 주변을 살폈다고 한다.
남편과 함께 산다는 서모(83) 어르신은 "죽을 때가 되면 죽는 거라고 애써 마음을 먹었다"며 "그래도 불안한 마음이 놓이지 않아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대피할 수 있게 옷가지 몇 개를 챙겨 두었다"고 말했다.
하회마을서 허겁지겁 끼니 때우는 소방관들 |
며칠째 이어지는 밤샘 근무에 소방관들의 피로도는 누적되고 있다. 김밥과 우유로 끼니를 때우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경기도 남양주에서 왔다는 한 소방관은 "화선이 가까이 있다고는 하는데 주변이 온통 연기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긴장 상태에서 대기했다"며 피곤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병산서원에 물 뿌리는 소방관 |
인근 병산서원에도 소방 당국이 며칠째 머물며 산불 대응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소방 당국은 병산서원 앞을 휘감아도는 낙동강에서 소방용수를 끌어다 쓰고 있다.
낙동강 강변 모래톱에 놓인 동력소방펌프는 굉음을 내며 연신 물을 빨아들였다.
펌프를 만지던 소방관은 "휘발유를 사용하다 보니 계속 연료를 채워줘야 한다"며 "밤새 30분 간격으로 휘발유를 채웠다"고 했다.
낙동강에 설치된 동력소방펌프 |
병산서원 일대에 배치된 소방 차량 3대는 수시로 물줄기를 뿜어댔다.
건물 처마에는 물방울이 뚝뚝 흘러내렸고 흙바닥에는 크고 작은 물웅덩이가 만들어졌다.
안동소방서 관계자는 "1시간마다 물 4만3천ℓ를 뿌리고 있다"며 "3㎞까지 접근했던 산불이 현재는 잔불 수준으로 파악돼 소강상태"라고 말했다.
소방차량 작동하는 소방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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