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31 (월)

베르사유 궁전‧카타르 왕자도 속았다…가짜 앙투아네트 의자 만든 佛장인들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8세기 가구 전문가 빌 팔로, 그가 만든 앙투아네트 왕비의 방에 있었다는 모조품 의자. /르 파리지앵·르 피가로 엑스(X·옛 트위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프랑스의 저명한 가구 전문가 등이 18세기 왕실 가구를 위조해 베르사유 궁전 등을 속였다가 법정에 섰다.

25일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18세기 가구 전문가 빌 팔로와 유명 목공 장인 브뤼노 데누 등의 재판이 이날 퐁투아즈 법원에서 열렸다.

팔로는 골동품상 집안 출신으로, 소르본대에서 미술사를 가르치기도 한 18세기 프랑스 의자 전문가다. 업계에서는 ‘의자의 아버지’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하다. 데누 또한 1984년 장식 조각 부문에서 최고 장인으로 선정된 인물로 파리 가구 공예 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가구 복원 공방을 운영했다.

두 사람은 2007∼2008년 앙투아네트 왕비와 루이 15세의 정부였던 뒤바리 부인의 응접실 등을 장식한 의자의 모조품을 만들어 고가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가구 뼈대를 구입하거나, 데누가 가공한 자재에 찍히거나 긁힌 자국을 더해 인위적으로 ‘역사의 흔적’을 만들어내는 등의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러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도금공이나 은퇴한 실내 장식가를 고용해 이렇게 만든 가구 뼈대 위에 마무리 작업을 했다. 또 진품에서 떼온 라벨이나 가짜 낙관을 붙여 정품처럼 꾸민 뒤 팔로가 중개인을 통해 유명 갤러리에 판매를 제안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범죄 수익만 300만 유로(약 39억원) 이상을 챙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사기 행각은 “장난삼아 똑같은 걸 만들어서 통과되는지 보자”는 생각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팔로는 수사 과정에서 데누가 뒤바리 부인의 정품 의자 한 쌍을 복원하던 시기에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사기 행각이 드러나게 된 건 가구 작업상 문제 때문이 아니었다. 세무당국이 이들이 범죄로 얻은 수익을 돈세탁했다는 사실을 적발‧추적하면서 밝혀진 사실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이들이 만든 모조품들은 굉장히 정교했으며, 경매사나 갤러리, 베르사유 궁전, 카타르 왕자까지 이를 눈치채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베르사유 궁전은 2009년 유서 깊은 고급 골동품 갤러리 크래메르(Kraemer)를 통해 ‘가짜’ 뒤바리 부인의 의자 한 쌍을 84만 유로(약 10억원)에 구매했다. 2011년에도 소더비 경매를 통해 앙투아네트 왕비의 방에 있었다는 모조품 의자를 42만 유로(약 5억원)에 구입했다.

카타르의 압둘라 빈 칼리파 알타니 왕자 역시 무려 200만 유로(약 26억원)를 지불하고 의자 한 쌍을 샀다. 이 의자가 앙투아네트 왕비의 벨베데르 파빌리온(베르사유 궁전 내 트리아농 정원 건물)에 있던 것이라고 깜빡 속은 것이었다. 이 의자들은 ‘왕비를 위해 만들어진 가장 비싼 가구’로 묘사되며 국보로까지 지정됐다. 이후 사기 전모가 밝혀진 뒤 왕자는 크래메르를 통해 전액 환불받았다.

팔로는 뒤바리 부인의 가짜 의자가 베르사유 궁전까지 입성하게 된 경위에 대해 “드루오(Drouot) 경매장의 유명 전문가는 뭐가 잘못됐는지 알아차리지 못했고, 그 전문가는 이를 갤러리 크래메르에 팔았으며 크래메르도 다시 베르사유 궁전에 판매했다. 말 그대로 우편물처럼 자연스럽게 통과한 셈”이라고 진술했다.

[김가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