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 청소년 12%, 은둔 청소년 16%. 충격적인 숫자다.
최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고립·은둔 청소년(9~24세) 실태조사’에서 전국 청소년 응답자 1만9160명 중 약 30%가 자신을 고립·은둔 청소년이라고 밝혔다. 고립 청소년은 사회활동이 현저히 줄어 취약한 상태지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인적 지지체계가 부재한 청소년을, 은둔 청소년은 외부외출조차 거의 없이 제한된 거주 공간에 스스로를 가둔 청소년을 의미한다. 우리 주변의 청소년 10명 중 3명이 사회와 완전히 단절된 삶을 살아가고 있거나 그 과정에 있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가 전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고립·은둔 청소년(9~24세) 실태 파악을 위한 첫 전국 단위 조사라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10명 중 3명이 고립·은둔 청소년으로 분류되는 동안 사회가 이들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다는 게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실태 파악조차 없었으니 얼마나 상황이 심각한지 인지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이들을 구할 기회도 여러 차례 놓쳤다.
2023년 통계청은 사회조사에서 사회적 고립 청소년 비율을 5% 수준으로 집계한 바 있다. 당시 조사에서는 초등학생을 제외한 중고등학생 연령인 13~18세 청소년, 약 270만명 중 약 14만명이 사회적 고립을 겪고 있다고 추정했다. 조사 연령층을 넓히고 전국 단위로 실시한 이번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30%가 고립·은둔 상태라는 점은 우리 주변 고립·은둔 청소년 수가 정부의 예상보다 훨씬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기보다 일찌감치 사교육 경쟁에 아이들을 내몬 어른들의 잘못도 크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개인 간 경쟁은 치열해졌고. 이는 자녀들의 교육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입시 결과가 좋은 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수준에 맞지 않는 선행 과정의 어려운 시험을 치르는 '4세고시' '7시고시'란 말이 생겨난 것처럼 요즘 부모들은 자녀에게 더불어 사는 법보다 경쟁에서 이기는 법을 강조한다. 도움을 주거나 받는 데 익숙하지 않고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태도가 익숙해진 청소년은 고립·은둔 상태에 놓이게 됐을 때 주변의 도움을 견디지 못한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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