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구리 측백나무 숲' 일부 소실
국보급 안동 봉정사·영주 부석사도 대비
26일 경북 안동시 하회마을이 회색 연기와 연무로 가득하다. 소방당국이 하회마을 외곽에 장비를 대기시켜 놓고 있다. 하회마을 인근에는 천연기념물인 만송정 숲이 있다. 안동=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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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군에서 22일 발생한 산불이 닷새째 확산하면서 국가문화유산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산불 진행 경로인 경북 5개 지역에는 18종의 천연기념물과 다수의 국보급 유산들이 있다.
26일 산림당국 등에 따르면 산불은 발화지인 의성군을 포함해 안동시, 청송군, 영양군, 영덕군 등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해당 지역에 분포한 천연기념물이 총 18종이라고 밝혔다. 천연기념물은 자연유산적 가치에 더해 역사적·유형유산적 가치를 평가받아 보호하는 문화재급 수목이다. 등록 건수로 보면 안동 7건, 영양 5건, 청송 4건, 의성과 영덕이 각각 1건이다.
현재까지 18종 가운데 두 종의 천연기념물이 피해를 입었다. 이날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측백나무 자생지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천연기념물 '안동 구리 측백나무 숲'의 0.1㏊ 범위가 소실됐고, 주변 소나무 등이 피해를 봤다. 전날에는 영양군 석보면 답곡리 소재 400년 된 소나무 '만지송'의 턱밑까지 불길이 덮치면서 나무가 일부 그을렸다. 산불이 확산될 경우 진화가 쉽지 않은 수목 특성상 천연기념물 피해가 더 늘어날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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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양군 답곡리 천연기념물인 만지송. 경북도산림환경연구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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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은 산불에 대비해 긴급 특별관리를 하고 있다. 산불이 발생한 의성군 안평면에서 20㎞ 떨어진 천연기념물 사촌리 가로숲에는 주기적으로 살수 조치를 하고 있다. 의성군의 유일한 천연기념물인 가로숲은 길이 920m, 90m 규모로, 300~600년 된 나무 500여 그루가 있다.
천연기념물 7건이 분포한 안동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산불이 한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하회마을 코앞까지 확산하면서 인근 만송정 숲에 주기적으로 물과 방염제를 살포하며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만송정 숲은 조선 선조 때 서애(西厓) 유성룡의 형인 겸암(謙菴) 유운용(1539~1601)이 강 건너편 바위절벽 부용대(芙蓉臺)의 거친 기운을 완화하고 북서쪽의 허한 기운을 메우기 위해 소나무 1만 그루를 심은 숲으로 경관적 가치가 크다.
26일 경북 안동시 하회마을에서 소방대원이 산불 불씨가 옮겨붙지 않도록 마을 곳곳에 물을 뿌리고 있다. 안동=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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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급' 사찰 안동 봉정사도 초긴장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한 산불이 안동시까지 확산한 25일 산림청 진화 차량이 봉정사 주변에 물을 뿌리고 있다. 안동=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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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보물들이 보관된 경북 안동시 봉정사에서 26일 아미타설법도 등 유물 이송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안동=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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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 최고(最古)의 목조건물로 꼽히는 경북 안동시 봉정사도 위태롭다.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봉정사에는 국보 15호 극락전을 포함해 국보와 보물 8점이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경북 영주시 부석사도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소장 중이던 고려목판과 오불회 괘불탱 등 문화유산을 영주시 소수박물관으로 긴급 이송했다.
26일 경북 의성군 고운사 대웅전에서 스님이 불상에 씌운 방염포를 벗기고 있다. 의성=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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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은 전날 국가유산 재난 국가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발령했다. 이날 오후 기준 확인된 국가유산 피해 사례는 보물 2건, 명승 3건, 천연기념물 3건, 국가민속문화유산 3건 등 국가유산 15건이다. 보물로 지정된 의성군 고운사의 연수전, 가운루 2채가 전소됐고, 국가지정 민속문화유산인 청송군 사남고택과 서벽고택이 소실됐다. 국가지정 명승인 안동시 백운정 및 개호송 숲 일원도 피해를 입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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