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호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본부장 |
12·3 계엄 이후 아수라장 탓에 마땅히 받아야 할 관심에서 비켜난 중차대한 사안이 있다.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 쇼크’로 불붙은 저작권 논란이 그것이다. 딥시크가 미국 경쟁사의 20분의 1도 안 되는 비용으로 챗GPT와 맞먹는 AI를 만들자 한국의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충격을 받았다. 다른 한편에서는 “중국도 하는데 우리라고 왜 못 하겠냐”며 고무돼 있다. 딥시크 쇼크 이후 한국도 정부를 중심으로 세계 최고의 토종 AI를 개발하자는 움직임이 한창인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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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 쇼크, 한국도 AI 개발 한창
뉴스 콘텐트 학습자료 가치 높아
해외선 저작권에 정당하게 보상
딥시크 핸드폰 화면.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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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의 설립자 샘 올트먼은 파라미터 수, 연산 능력과 함께 학습 데이터 양이 AI 성능을 좌우한다는 ‘스케일링(Scaling)의 법칙’을 주창했다. 딥시크는 학습용 데이터를 터무니없이 싸게 쓸 수 있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은 각종 정보를 국가가 통제하고 신화통신·인민일보 등 매체는 대부분 관영이다. 정부가 밀어주는 AI 기업이기에 학습용 데이터를 공짜로 가져다 썼을 것이란 얘기다.
챗GPT 등장 이후 뉴스 저작물을 둘러싼 언론사와 빅테크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생성형 AI는 본질적으로 시시각각 각종 자료를 학습하지 않으면 제구실을 못 한다. 이들이 학습하는 자료 중에서 가장 유용한 것이 언론의 뉴스 저작물이다.
2023년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오픈AI를 제소한 것을 신호탄으로 세계 곳곳에서 저작권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뒤늦게나마 최근 한국에서도 KBS·MBC·SBS 등 방송 3사와 한국신문협회가 네이버를 저작권 위반 혐의로 제소했거나 제소를 추진 중이다.
뉴욕타임즈는 2023년 12월 27일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에 저작권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같은 날 뉴욕주 뉴욕시 소재 뉴욕타임즈 건물의 모습.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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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미국 연방 대법원은 이런 싸움을 끝낼 역사적 판결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요즘 해외 AI 기업들은 법정 싸움이 아니라 언론사들에 대한 보상으로 저작권 문제를 푸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달 말 기준으로 오픈AI가 보상을 약속한 언론사는 뉴스코프·파이낸셜타임스(FT) 등 38개나 된다. 뉴스콘텐트 공급자야말로 상생을 도모해야 할 소중한 존재라는 인식이 뿌리내렸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한국 업체들은 아직도 저작권 보상에 인색하다. 심지어 뉴스저작권 옹호론자들을 AI 개발의 발목을 잡는 이기적 집단으로 보는 분위기다.
한국과 중국은 언론의 본질이 다르다. 중국 관영 매체는 기사를 아무리 공짜로 써도 망할 위험이 없다. 하지만 AI가 뉴스 공급원으로 진화하면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언론사들은 더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AI 업체가 뉴스 콘텐트를 제값 주고 쓰는 건 일방적 시혜가 아니라 상생의 묘수다. 아무리 급해도 거위의 배를 가르는 어리석음을 저지르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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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호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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