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공동성명 없다... 추가 분석 필요"
우→러→우... 미국 '릴레이 회담' 종료
24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리츠칼튼호텔에서 러시아 대표단이 미국 대표단과 우크라이나·러시아 휴전 협상을 마친 뒤 협상장을 떠나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 제공. 리야드=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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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러시아가 2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12시간에 걸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중단 협상을 벌이고도 구체적 성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당초 공동성명이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으나, 러시아는 '협상 내용 추가 분석'을 이유로 선을 그었다.
회담 직후엔 핵심 의제인 '흑해 부분 휴전'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어느 정도 접점을 찾은 것 같다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이후 러시아의 신중한 태도로 보아, 전황이 유리한 러시아가 겉으로만 협상을 이어가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23일부터 사흘간 미국과 회담하며 내심 전면 휴전까지 바랐던 우크라이나로서는 가시적 성과 없이 리야드를 떠나게 됐다.
'12시간 협상' 후... 러 "합의 발표 없다"
25일 타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와 미국이 진행한 긴 협상의 결과가 각국에 보고됐으며, 현재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러시아 언론들은 전날 미국과 러시아 대표단이 진행한 회담과 관련한 공동성명이 이날 크렘린궁과 백악관을 통해 발표될 것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그러나 크렘린궁은 '발표할 사안이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협상 내용을 함구하는 이유에 대해 페스코프 대변인은 "세부 사항에 몰두하는 협상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대화의 내용이 공개되리라 예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실무적 이유를 댄 것이다. 러시아가 합의를 미루면서 23일에 이어 25일에도 진행된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회담도 별 소득 없이 끝나게 됐다.
'흑해 휴전' 집중 논의된 듯... 러시아 "추가 협상"
공동성명은 없었지만 미러 회담에서 주로 '흑해 곡물 협정 갱신'과 관련해 논의된 사실은 밝혀졌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5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기존에 체결한 흑해 휴전 협정의 새로운 버전을 고려하고 있다"며 "(실행에 대한) 명확한 보장이 있어야 하고 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통제 하에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타스통신은 전했다. 2022년 7월 튀르키예 중재로 체결된 흑해 곡물 협정은 러시아가 1년 뒤 탈퇴하며 좌초했다.
우크라이나도 관련 포괄적 합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25일 엑스(X)를 통해 "모든 당사국이 흑해 안전한 항해를 보장하자는 데 동의했다"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에너지 시설 상호 공격을 금지하기로 하고 이를 이행할 조처를 개발하기로 했다"고 공개했다.
러시아는 미국과의 추가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현재까지 미러 고위급 회담 계획은 없으나 필요하다면 즉시 조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엔 및 특정 국가 참여 아래 미국과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발언도 러시아 측에서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왼쪽부터)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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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세 계속... 러, 우크라 어린이병원 공습
러시아는 미국과 휴전 협상을 벌이는 와중에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습을 멈추지 않았다. 24일 러시아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북동부 도시 수미에 있는 어린이병원 등을 타격, 최소 17명의 아동을 포함한 88명이 다쳤다. 러시아 측은 24일 우크라이나 무인기(드론)가 크라스노다르주 내 석유 펌프장을 공격했다고 주장하는 등 우크라이나의 공세도 이어지고 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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