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장기 저성장 시절 일본 닮아가고 있는 한국… ‘일본화지수’ 주요국 중 세 번째로 높아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의 ‘일본화 지수’ 10점 만점에 6점

주요국 중 태국, 중국 다음으로 높아

최근 5년 생산연령인구 성장률 –0.9%

민간부채비율 201.9%, 두 번째로 높아

“중장기적 대응 전략 방안 마련 시급”

20년 이상 장기 저성장을 경험했던 1990년대 일본의 경제상황을 기준으로 각국의 위험요인(리스크)을 평가하는 ‘일본화 지수’에서 한국이 10점 만점에 6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연령인구(20~64세) 성장률이 최근 5년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다 민간부채비율이 200%가 넘는 등 한국이 과거 저성장의 늪에 빠졌던 일본을 점점 닮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30개국 중 일본화 지수가 한국보다 높은 국가는 태국, 중국 뿐이었다. 일본화는 통상적인 재정 통화정책으로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 빠져드는 과정을 의미하는 만큼 생산연령인구 감소 대응 등 중장기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국회예산정책처 김경수 경제분석관은 이런 내용을 담은 ‘일본화 지수를 이용한 주요국 장기 저성장 리스크 비교’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생산연령인구 감소, 민간부채비율 급등, 자산가격 하락 등 10개 항목으로 구성된 일본화 지수는 각국의 장기 저성장 리스크를 평가하기 위해 2019년 개발됐다. 이 지수는 각 항목의 기준에 해당할 때 1점을 부여하고, 기준에 해당되지 않으면 0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집계된다. 이 기준에 따라 1998년 일본의 거시경제 상황은 10점이었으며, 지수가 높을수록 일본화 리스크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분석 결과 지난해 기준 주요 30개국 중 일본화 지수는 태국(7점), 중국(7점), 한국(6점), 홍콩(6점) 순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1점), 유로존(1점), 스페인(0점) 등은 일본화 지수가 낮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생산연령인구와 관련된 두 항목에서 기준점을 충족했다. 생산연령인구 성장률이 최근 5년 평균 0% 미만, 생산연령인구가 이전 20년 대비 최근 10년간 0.5%포인트 감소하면 기준점을 넘는데 한국은 두 항목 모두 해당됐다. 실제 한국은 주요국 중 5년 평균 생산연령인구 성장률이 가장 낮은 -0.9%로 나타났고, 2005~2014년 기간 평균 생산연령인구 성장률(0.8%) 대비 2015~2024년 기간 생산연령인구 평균 성장률(0.1%)의 차이는 –0.8%포인트로 집계돼 중국(-1.4%포인트) 다음으로 차이가 컸다. 생산연령인구의 감소 속도가 중국 다음으로 가팔랐다는 의미다.

한국은 민간부채비율 항목 기준도 충족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이 160%를 넘으면 1점이 부여되는데, 한국의 민간부채비율은 2024년 3분기 기준 201.9%에 달했다. 주요국 중 프랑스(214.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이후 미국과 유럽 주요국의 민간부채 비율이 하락하면서 장기 저성장 리스크를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중국과 한국은 높은 민간부채수준을 유지하면서 장기 저성장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민간부채 비율은 주택가격 폭등과 더불어 2019년 이후 2023년까지 급증했고, 중국(199.5%) 역시 코로나19 이후 경기 침체와 글로벌 경쟁 심화로 민간부채 비율이 크게 상승했다.

주택과 주식 등 자산가격의 하락도 한국 경제의 위기를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자산가격의 하락은 소비 부진을 일으키고, 이는 다시 경기둔화로 이어져 경제를 추가적으로 위축시킨다. 1990년대 일본의 장기 저성장 역시 자산가격 급락에서 시작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998년 기준 일본의 주택가격은 정점 대비 47.4% 급락했고, 주식가격은 53.6% 줄어든 바 있다.

최근 5년간 주택과 주식가격이 정점 대비 5% 이상 하락하면 기준이 충족된다. 한국의 주택가격지수는 2018~2024년 정점이 128, 지난해 평균은 118로 나타나 등락률은 -7.4%였다. 또 2019~2024년 한국의 주가지수 정점 대비 하락률은 주요국 중 가장 큰 –21.6%로 나타났고, 중국(-17.3%), 미국(-6.6%) 순이었다.

잠재성장률 항목의 경우 기준(최근 10년간 연평균 1% 이하)을 충족하진 않았지만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잠재성장률은 모든 생산 요소를 동원해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치로 한 나라의 기초 체력에 비유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11~2015년 3.46%, 2016~2020년 2.8%, 2021~2025년 2.19%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의 경우 생산연령인구 감소, 높은 민간부채비율, 잠재성장률 하락 등으로 2019년에 비해 2024년의 일본화 지수가 상승했다”면서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여 생산연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고, 민간부채 비율을 낮추며 생산성을 높여서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등 장기 저성장 리스크가 커지지 않도록 중장기적 대응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