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 25일 서울 서초구 남태령고개에서 연 ‘윤석열 즉각파면! 내란세력 청산! 전봉준 투쟁단 서울 재진격’ 결의대회에서 시민들이 ‘농민이 최고’란 농민가에 맞춰 율동을 하고 있다. 박고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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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중순 농가는 바쁩니다. 농민은 파종 준비를 해야 하고, 트랙터는 논밭을 갈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농민과 트랙터는 서울로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윤석열 파면’이 더 시급한 일이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지난해 12월, 시민들과 함께 경찰 차벽을 뚫으며 연대의 장면을 만들었던 농민들이 25일 다시 남태령에 모였다. 늦어지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에 다시 한번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다만 경찰은 또다시 농민들의 트랙터 행진을 막아섰고, 지난해엔 없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혐오 발언과 위협까지 가세했다. 하 의장은 “지난해 12월에도 우리는 이곳에서 밤샐 계획이 전혀 없었다”며 “오늘도 광화문 집회에 평화롭게 참여하려 한 것이다. 트랙터가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윤석열 즉각파면! 내란세력 청산! 전봉준투쟁단 서울 재진격 결의대회’(결의대회)가 열렸다. 집회를 마친 뒤 트럭 50대와 트랙터 20대를 몰고 광화문 동십자각까지 행진할 예정이었던 농민들은 서울경찰청이 ‘탄핵 반대 단체와의 물리적 충돌 우려’를 이유로 행진 제한을 통고하며 또다시 멈춰 섰다. 전농 쪽은 “경찰이 막아서면서 트랙터 시위에 동참하겠다는 농민이 더 늘었다. 남태령에 도착한 트랙터는 40대이고, 지역 곳곳에서 더 오기로 한 트랙터가 40대”라고 밝혔다. 전농은 트럭에 트랙터를 싣는 방법으로 행진을 이어갈 방침을 세웠다. 서울경찰청은 남태령 주변 집회에 경찰 기동대 27개 부대(1700여명)를 배치했다.
이날 결의대회를 둘러싸고 앞서 맞불집회를 예고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위협도 이어졌다. 지지자와 유튜버 등 70여명은 결의대회에 참여하려는 시민에게 욕설을 하거나, 경찰이 세워놓은 질서유지선을 뚫으려 했다. 몇몇 유튜버는 “빨갱이는 당장 북으로 가라!”고 외치거나, 여자화장실에서 나오는 시민에게 “페미니스트인지 아닌지 찍겠다”며 카메라를 들이대기도 했다. 분위기가 격앙되자 경찰은 “폭행, 협박 언동 등 충돌이 우려된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5조(위험 발생의 방지 등) 등에 따라 분리조치하겠다”며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제지했다.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도 현장을 찾아 “서울시민 공공안전에 위험이 예상되는 만큼 트랙터의 시내 진입은 절대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25일 서울 서초구 남태령고개에서 ‘윤석열 즉각파면! 내란세력 청산! 전봉준 투쟁단 서울 재진격’ 결의대회가 열리자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회를 방해하고 있다. 박고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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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히고, 위협받는 농민 행진을 응원한 건 또다시 보통 시민들이었다. 이날 남태령에는 농민 행진을 지지하는 500여명이 몰려와 춤과 노래, 재기발랄한 깃발로 경찰과 윤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맞섰다. 집회 현장에는 농민들의 깃발 외에도,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무지개색 깃발, ‘호그와트 마법학교 민주동문회’ ‘화분안죽이기실천시민연합’ 등이 적힌 깃발을 쥔 시민들이 나란히 섰다. 인천에서 온 박정민(56)씨는 “지난해 12월 엄동설한에 시민 연대로 경찰 차벽을 열고 남태령고개를 넘은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도 연대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이곳에 나왔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고아무개(31)씨는 “지난해 농민들이 남태령에서 막혔을 때 참여하지 못해 빚진 마음이 있어 달려나왔다”며 “지난번에도 교통체증을 만든 건 트랙터 시위를 막아선 경찰이었는데 이를 또 반복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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