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루스벨트 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마이크 존슨(R-LA) 미 하원의장,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 등에게 210억 달러(약 31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위기 속 한방을 만들어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210억 달러의 선물 보따리를 풀며 관세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정 회장이 3년 전 방한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게 약속했던 105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며 화답했다.
26일 열리는 조지아주 서배너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정의선 회장은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 깜짝 등장해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50억 달러(약 7조원) 규모의 루이지애나주 제철소 건립을 포함, 210억 달러(약 31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은 1986년 미국에 진출해 2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왔고, 현재 50개주 전역에서 57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며 "오늘 저는 향후 4년간 210억 달러의 신규 투자를 추가로 발표하게 돼 기쁘다. 이는 우리가 미국에 진출한 이래 가장 큰 규모의 투자"라고 말했다.
현대제철 루이지애나주 제철소는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연 36만대), 기아 조지아 공장(연 34만대) 등에 자동차용 강판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를 통해 관세 등 불확실한 대외 리스크에 대응력을 높인다. 또 견고한 철강 수요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해 철강 분야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제철은 이르면 내년 봄 착공해 2029년 제철소를 완공하겠단 계획이다.
또 앨리배마와 조지아 공장 등 기존 공장도 신차를 지속 생산할 수 있도록 생산설비의 현대화, 효율화 등 보완 투자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향후 120만대 생산 체제 기반을 다진다는 목표다.
정 회장이 이 같은 대규모 대미 투자를 결심한 이유는 분명하다. 미국이 현대차그룹의 핵심 시장인 탓이다. 세계 최대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에서 2016년부터 현대차·기아의 판매량이 꺾인 뒤 북미 지역 의존도는 더욱 커졌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전세계에서 703만3000대의 차량을 판매했는데, 이 중 170만8293대를 미국에서 판매했다. 전체의 24%에 해당하는 수치로, 4대 중 1대는 미국에서 팔린다는 의미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도 정 회장이 역대급 투자 계획을 내놓은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의 59.3%(101만3931대)는 국내에서 생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25% 관세가 부과될 경우 현대차·기아의 가격 경쟁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현대제철 또한 지난 12일부터 25% 관세가 부과돼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 현대제철이 루이지애나주 제철소 건립을 추진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정 회장이 내놓은 대미 투자 계획은 그룹 전체로 봐도 필요한 투자였다는 것이 중론이다. 향후 미국과의 관계나 북미 자동차 시장을 고려하면 현지 생산량을 더욱 늘릴 필요가 있었다는 해석이다. 실제 이번 투자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기준 판매량의 70%를 미국 현지에서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업계는 정 회장이 26일 열릴 HMGMA 준공식에서도 그간 해온 대미 투자 성과와 향후 계획 등을 다시 한번 강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지훈 기자 gamja@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