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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를 상품화한 트럼프···이르면 연말께 전세계 경기침체 덮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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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투자자 짐 로저스 인터뷰

"美 보호무역주의 부메랑 될 것" 우려

"美·日 버블 과다···M7 등 하락폭 클 것"

미국 주식 모두 매도하고 현금 보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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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무역주의는 성공한 적이 없습니다. 연말께 혹은 늦어도 1~2년 안에 미국을 시작으로 세계적인 리세션(경기 침체)이 덮칠 것으로 예상합니다. 매그니피센트7(M7)을 필두로 한 미국 주식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투자 대가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24일 서울경제신문과 화상 인터뷰를 갖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거대한 글로벌 경기 침체를 몰고 올 것”이라며 그간 호황이 길었던 만큼 침체 골짜기가 크고 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저스 회장은 1973년 조지 소로스 회장과 퀀텀펀드를 설립해 10년 동안 4200%라는 기록적 수익률을 올린 세계적인 투자 전문가다. 2000년대 닷컴버블 붕괴와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의 위기를 한발 앞서 예견해 시장의 주목을 받아왔다.

로저스 회장은 올해 글로벌 경제 상황이 1970년대와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유사한 모습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위험 요인이 많은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경기 침체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일종의 상품(goods)으로 보고 있는데 그 믿음이 걱정된다”며 “미국 일부 산업에 단기간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결국 더 많은 문제를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길어지면서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그는 “미국과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 대국인 만큼 갈등이 빨리 봉합되지 않으면 글로벌 무역 흐름이 막히고 공급망이 붕괴될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이를 걱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세정책이 촉발하는 인플레이션과 자산 버블에 대해 특히 우려했다. 로저스 회장은 “많은 나라에서 엄청난 양의 돈이 풀렸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 경제적 버블이 형성되고 있다”며 “(내가 봐온 바로는) 지금까지 13번의 버블이 있었고 버블은 항상 터지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국가부채가 많은 미국과 일본에서 앞으로 1~2년간 더 많은 버블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로저스 회장은 “미국의 부채는 20년 전보다 4배 이상 늘어났고 여전히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미국 정부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지 않고 있다”며 “2008년 이후 뚜렷한 하락이 없는 역사상 가장 긴 상승기에 있는 만큼 침체의 골은 더욱 깊고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가 부채 문제를 외면한 채 경기 부양을 지속해왔고 시장에 풀린 유동성이 경제를 인위적으로 떠받치고 있는 만큼 거품이 꺼지면 더 큰 하락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산으로는 미국 주식, 특히 M7 등 기술주를 꼽았다. 그는 “지난해 미국 주식을 모두 매도하고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며 “미국 달러가 저평가됐다고 보지는 않지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달러를 찾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일본에 대해서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 추세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저스 회장은 “(일본 시장은) 35년간 침체된 후 갑자기 급등하며 새로운 버블에 진입하고 있는데 이 같은 상승을 뒷받침할 만큼 일본 경제가 강하지 않다”며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큰 원인”이라고 했다.

과대평가되지 않은 안전한 자산으로는 원자재를 꼽았다. 특히 역사상 고점에서 13%가량 떨어진 석유를 비롯해 은·농산물 등을 추천했다. 금은 최근 최고가 경신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보유’를 추천했다. 로저스 회장은 “많은 원자재가 최고가 대비 낮아졌고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에는 은을 더 샀다”고 귀띔했다.

우즈베키스탄의 성장세를 주목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천연가스와 우라늄·금 등 천연자원이 풍부해 개발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재생에너지와 디지털 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늘리고 있는 점도 높이 평가했다. 로저스 회장은 “향후 중국의 존재감이 커지면 우즈베키스탄이 경제적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있다”며 “매력적인 투자 대상국 중 하나”라고 했다.

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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