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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토)

[사설] 현대차 31조 美 투자, ‘트럼프 관세’ 넘어 경쟁력 디딤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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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열린 행사에서 향후 4년간 미국에 210억달러(약 31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주재한 자리에서다. 전기차 생산 공장을 확장하고, 미국 내 전기로 제철소를 신설하는 등 자동차·부품·철강과 미래 산업 전반에 걸친 대규모 투자다. 고율 관세를 내세워 미국 내 생산을 압박하는 트럼프의 정책 기조에 부응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현대는 대단한 기업’이라며 치켜세우면서도, 이번 발표를 ‘관세 효과’라며 성과로 내세웠다.

현대차는 이로써 1986년 첫 투자를 시작으로 미국 내 누적 투자 규모를 415억달러(약 61조원)로 늘렸다. 이번 투자의 핵심은 60억달러를 투입해 루이지애나주에 연간 270만톤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하는 것이다. 조지아주 서배너의 ‘현대차그룹 메타 플랜트 아메리카’(HMGMA) 생산 공장의 생산 능력을 20만대 추가하고, 미래차 관련 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도 확대하기로 했다. 자율주행, 로봇, 인공지능(AI),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차세대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대규모 투자는 단순히 ‘관세 회피용’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 북미 시장은 현대차그룹의 최대 시장 중 하나로 현지 생산 확대는 필요하다. 전기차 생산 공장을 30만대에서 50만대로 확대하고 전기로 제철소를 신설하는 것은 장기적인 공급망 안정성 확보에 불가피하다. 현지에서 원재료 조달부터 생산까지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면 비용 절감과 품질 관리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선도하는 미국의 첨단 기업들과의 협력이 용이한 것도 중요한 장점이다.

현대차의 투자 발표는 4월 2일로 예정된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를 앞두고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는 미국 시장 기여도에 따라 관세를 달리 적용하겠다는 유연한 입장이어서 자동차 관세와 한국 상호관세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현대차가 트럼프 2기 첫 투자임을 고려하면 다른 기업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통상 협상에 민관이 전략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

대미 투자 증가로 국내 투자와 고용에 대한 우려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자동차, 철강, 부품 산업은 한국 제조업의 근간으로 해외투자가 국내 산업의 공동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신중한 전략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국내 연구개발(R&D) 투자가 이어져야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 구축이 가능하다. 현대차 투자가 미국의 통상 압박을 완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궁극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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