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에서 발굴 되었어도 지원받지 못한 채 맞은 죽음
전문가들, ‘경제위기 상황에서 삭감은 위험해’ 지적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인근 반지하에 살다가 사망한 A씨(60)의 TV에 송출이 중단됐다는 안내메시지가 적혀있다. 서현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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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근처에서 고독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A씨(60)가 지난해 12월 예산 부족으로 긴급 복지 지원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중앙·지방정부는 지난해보다 올해 긴급복지지원금 예산을 더 줄인 상태다. 전문가들은 심사에 앞서 지원부터 한다는 ‘긴급복지제도’ 취지가 예산 부족으로 빛바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4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지난 20일 사망한 지 수개월이 지난 뒤 발견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기 요금, 월세는 3개월 이상 내지 못한 상태였다.
A씨는 관할인 신사동주민센터가 발굴한 ‘복지 대상자’ 중 한 명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원은 받지 못했다. 지난해 6월부터 주민센터는 여러 차례 우편과 인편으로 복지 대상자임을 알렸지만, A씨는 지난해 12월 말이 되어서야 주민센터에 도움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취했다. 강남구 신사동주민센터는 긴급복지지원 예산 문제로 지원하지 못했다. 지난 1월 15일 A씨가 주민센터를 다시 방문했지만 예산 교부 행정 절차 등 문제로 지원금을 신청하지 못했다. 당시 A씨는 6개월 이상 실직한 상태였다.
긴급복지제도는 생계 곤란 등 위기상황에 처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신속하게 지원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기초생활보장제도 대상이 되기 위한 심사 이전에 ‘긴급하게’ 지원할 수단을 마련한다는 취지의 제도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근처 빌라 반지하에 살다가 고독사한 A씨(60)의 우편함에 신용정보고지서, 건강보험료 고지서 등 우편 10여개가 쌓여 있었다. 서현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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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복지’인데 예산 부족으로 반려··· 예산 삭감에 ‘연말 사각지대’ 확대 우려
그런데도 정부는 긴급복지지원금 예산을 축소했다. 2025년 정부의 긴급복지사업 예산은 2024년(3584억원)에 비해 2.3% 줄어든 3501억원이다. 보건복지부는 물가인상률을 고려해 4.7% 인상을 요구했지만,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삭감했다. 같은 기간 강남구에 배정되는 긴급복지 예산도 27억3700만원에서 26억4000만원으로 3.5% 감소했다. 정부는 ‘불용액이 많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실제로는 예산이 부족해 다른 분야 예산을 끌어 쓴 돈이 남은 경우가 많았다.
예산 삭감은 “소극행정 하라는 신호 준것” 복지공무원 과부하 상태
예산이 줄어들면 현장 공무원들이 ‘적극 행정’을 하기보다는 방어적 태도를 취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장성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예산이 줄어들면 일선 주민센터에서 겉보기에 취약해 보이지 않으면 제도 안내를 소극적으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 교수도 “정부가 예산을 줄이면서 각 지자체 공무원들에게 ‘소극 행정’을 하라는 신호를 준 것이라 대단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의 도입 등으로 과거보다 소외계층 발굴은 쉬워졌지만, 늘어난 복지 수요를 감당할 복지 공무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4년 강남구의 사각지대 정기조사 대상자는 약 2만2000명이었는데, 이를 선별하고 복지로 이끌 공무원은 163명이었다. 인당 135명의 조사 대상자를 관리해야 하는 셈이다.
강남구청은 “‘국가형’의 예산은 소진된 적이 없으며, 이외에도 ‘서울형’ 긴급복지지원을 활용해 12월 27일 연말까지 모든 신청건의 지급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서현희 기자 h2@kyunghyang.com,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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